커플 엠마뉘엘 베르네임 소설
엠마뉴엘 베른하임 지음, 이원희 옮김 / 작가정신 / 2014년 11월
평점 :
절판


그는 서두르지 않고 걸어오는 소리를 들었다. 그녀는 문을 열어주기 위해 뛰어오지 않았다. 그녀는 읽지도 않을 신문을 뒤적거리며 그가 도착하기를 애타게 기다린 것이 아니었다. (23쪽)

그가 지금 키스하면 엘렌의 배에서 나는 요란한 소리가 그의 입속까지 울릴 것이고, 그들의 몸이 함께 진동할 것이다. 그가 다가왔다. (25쪽)

그는 그녀가 엿보고 있고, 그가 다시 나타나기를 기다리면서 문을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32쪽)

그는 그녀의 눈빛이 떠오르지 않았다. 무슨 옷을 입었는지도 기억나지 않았다. 그는 아무것도 보지 않았다. 거리에서 낯선 여자의 올이 나간 스타킹, 해진 옷단, 치마 밑으로 삐져나온 속치마 레이스까지 보았던 그가, 함께 저녁을 먹었는데도 엘렌이 스커트를 입었는지, 바지를 입었는지조차 모르고 있었다. 목을 드러낸 너무 따뜻한 스웨터만 기억났다. 다른 것은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았다. (35쪽)

그녀는 그가 그녀와 같은 리듬으로 숨을 쉴 수 없을 정도로 꼭 끌어안고 있었다. 그는 그녀가 숨을 내쉴 때 들이쉬었고, 그녀가 숨을 들이쉴 때 내쉬었다. (44쪽)

오늘 저녁, 엘렌은 얼굴도 몸도 없었다. 머리카락과 립스틱 칠한 입술, 젓가락을 능숙하게 놀리던 손가락들만 있었다. (54쪽)

그는 그녀의 눈을 보지 않았다. 그녀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그녀는 아마 다른 남자와 그를 비교하고 있을 것이다. 그녀는 로익의 어깨가 그 남자보다 덜 넓고, 팔이 덜 근육질이고, 등이 더 짧다고 생각할 것이다. (73-74쪽)

로익은 엘렌의 몸이 잘 기억나지 않았다. 얼굴은 더 기억나지 않앗다. (8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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