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적어도 하루에 한 번은 노래를 듣고, 좋은 시를 읽고, 아름다운 그림을 봐야 한다"는 괴테의 훌륭한 말을 되새기며. (11쪽)
누구나 인생의 `세한도`가 하나쯤은 있을 것이다. 그저 버틸 수밖에 없는 날들, 춥고 곤궁한 날들이 말이다. 그럴 때 나직히 자신에게 읊조려 보자. 지금 겪는 결핍을 통해 나는 성장하고 있노라고, 완전하지는 않더라도 온전해질 수는 있다고. (27쪽)
날씨에 따라 마음은 이리저리 흔들리고 단단했던 각오들은 어디론가 흩어진다. 랭보의 연인이었던 폴 베를렌의 시처럼 가슴 속에 사랑도 미움도 없는데 아무 까닭 없이 마음 한 구석이 아파올 때는 또 얼마나 많은지. (40쪽)
탁월한 서정을 바탕으로 실험적인 시를 써 온 황지우 시인은 우리가 무언가를 기다리는 시간, 특히 사랑하는 사람을 기다리는 순간의 감정을 섬세한 언어로 포착했다. 우리 자신도 모른 채 기다리는 것들, 스치듯 지나는 순간순간 속에 깃든 기다림은 어쩌면 살아가는 내내 계속 될 것이다. (57쪽)
"모든 외로움은 결국 네가 견디는 것. 더 많은 멀미와 수고를 바쳐 너는 너이기 위해 네 몫의 풍파와 마주 설 것!"이란 구절이 소년의 앞날에 보내는 담담한 응원 같다. (69쪽)
김사인 시인의 시는 우리에게 일러준다. 시간은 나이를 먹을수록 섬광처럼 흘러 우리도 앞선 사람들처럼 눈멀고 귀 먹는 때 오니, 지금을 잘 살펴 더 사랑하고 더 행복하라고. (80쪽)
"무얼 먹고 사느냐"는 말로 안부를 나누며 생의 고단함을 이해하고 서로를 염려하는 따스한 시절이 있었다. 이제 지고한 휴머니즘이 담긴 배려심은 시에서나 볼 수 있는 걸까? (139쪽)
사랑 앞에 `흐르는 시간`은 가는 봄을 바라보는 김소월의 시처럼 안타깝고, 그래서 붙잡아 두고 싶은 무언가다. 하지만 결국 봄은 지나 갈 게다. 무심히. 가슴이 터질 것 같은 봄이 지난 후에 뜨겁고 서늘하고 매서운, 우리를 더욱 성장시키는 계절이 온다. (180쪽)
외로움은 모든 생명체에게 주어진 숙명이다. 이 외로움을 힘겨워만 하면 세월은 뭉텅뭉텅 흘러가 버린다. 나와 마주한 외로움을 온전히 받아들여 창조적인 힘으로 바꿀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은가. 그러나 창조적인 고독도 곁에 아무도 없이는 병들고 만다. (228쪽)
이 시대는 무관심과 냉소가 병균처럼 깃들어 있다. 나 또한 저들과 같았다. 양을 치고 밭을 갈며 `오늘의 양식`을 벌었다. 그래서 누군가의 고통에 귀 기울이고 마음을 내 줄 여유가 없었다. 나는 나의 양식을 벌어야 했으므로, 어떤 고통도 다만 나를 비껴가면 그걸로 족했으므로 바다에 처박히는 소년을 짐짓 모른 체했다. 지금 미약한 숨으로 사그라드는 누군가에게 `등불`처럼 친밀한 사람이 되어 주는 것, 나부터 그런 사람이 되기를 바란다. (16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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