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첩
안도현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00년 12월
평점 :
품절


나는 내가 통과하고 있는 삶이 어둡거나 팍팍하게 여겨질 때, 그리하여 이 세상의 외로움과 쓸쓸함이 모두 내것처럼 느껴질 때, 오래된 낡은 사진첩을 가끔 펼쳐보곤 한다. 사진첩 갈피마다 누렇게 묻어 있는 세월을 뒤적거리다 보면, 나는 열몇 살 소년이 되기도 하고, 예닐곱 살 어린아이가 되어 세발자전거의 페달을 밟기도 한다. (9쪽) 추억이란 존재의 뿌리다. (11쪽)

추억이란, 존재의 뿌리다. (11쪽)

가족 사진은 절대로 슬픔이 앉아 있을 자리를 마련해 놓지 않는다. (79쪽)

일생 동안 쌓아 놓아놓은 재산이나 빛나는 업적보다는 한 사람을 가장 빨리, 가장 절실하게 추억하도록 만드는 것은 어떤 사소하고 아련한 냄새가 아닐까 싶다. (87쪽)

모든 사진은 미래에 대한 약속이다. 그렇기 때문에 카메라는, 다시는 되돌아보기 싫은 풍경이나 시간을 찍으려고 하지 않는다. 아무리 누추하고 궁핍하더라도 되돌아볼 만한 가치가 있는 것, 분홍빛에 가까운 것, 슬픔이나 괴로움의 농도가 옅은 것만을 편애한다. 특히 흑백사진은 편애의 정도가 심하다. (12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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