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년필과 잉크, 적어도 펜에 대한 추억이 있다면 이 책을 금방 구입할 수 밖에 없다. 기차를 타고 가면서 아껴가며 읽고 오는 길에도 읽었다. 그러면서 그때의 사람들이 마음속 깊은 데서 쑥 올라왔다. 문명의 이기랄까. 기계치도 금방 찾을 수 있는 아주 가까운 곳에 있었다. 고1때 짝꿍을 찾아 그애가 재잘되던 그 이야기를 들려주고 대학때 만났던 사람까지, 한참을 주고 받은 이야기는 각자의 바램대로 아주 예쁘게 포장되어 있었다. 서로의 기억의 조각을 맞춰가며 웃었다. 응답하라 1988까지 불붙여 준 저녁이었다. 놓쳐버리고 설레며 다가가지 못했던 그녀, 그이들을 기억했다. 삼십년이 훨씬 지난 지금까지 여전한 미모를 가지고 있는 그들과의 이야기는 순전히 만년필 때문이었다. 나야 어찌됐던 그들이 한결같은 모습으로, 감정만이라도 그대로이기를 마음 한켠으로 바랬을 수도. 그들 또한 그랬을 수도... 기억 속에서 잡지 못하고 서로 엇갈려 갔던 그 순간은 아련했지만 서로에게 빛나고 있었다. 한참을 이야기하고 그것도 모자라 카톡으로까지, 지금 돌아보니 섭섭하고 나빴던 게 하나도 없다. 만년필을 찾아보고 잉크 한병을 구입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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