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12월이 왔다. 나이의 속도만큼 세월이 간다고 한다. 그 사이 첫 눈이 내렸다. 라디오에는 첫 눈에 관한 노래와 이야기들이 계속 나왔다. 영화 러브스토리의 눈장난이 떠 올랐다. Love means never having to say you're sorry... 미안하다는 말을 많이 한 그사람도 생각났다. 힐링교육을 듣기 위해 눈오는 고속도로도 달렸다. 시간이 되기 전에는 문을 열지 않아 밖에서 발시리고 추웠던 그곳에서 이틀간 해주는 밥과 김장, 배추전을 먹으며 마음의 허기를 달랬다. 일단 들어가니까 무지 따뜻한 곳이였는데... 밖에 있을 때는 단호한 곳이었다. 오순도순 4명이 모여앉아 힐링이 되었을까. 혹시나 하면서 간 상담관련 교육은 역시나가 많다. 그만큼 세월이 흘렀다는 거다. 그리고 오랫만에 '뽀드득 뽀드득 뽀드득' 소리를 들으며 예산화전리사면석불을 찾아 갔다. 얼굴이 없다니, 얼마나 답답하고 쓸쓸할까. 아무도 가지 않는 그길을 오르며 노신의 희망을 떠올렸다. 눈산, 눈들, 눈나무들로 눈이 호강했다. 만면에 미소를 머금고 어서와하고 맞아준 서산마애삼존불은 굉장히 귀여웠다. 눈장난이라도 칠 눈빛을 갖고 있었다. 마음을 열고 보고 들으면 그만큼 들리고 보인다는 개심사는 가는 길이 좋았다. 눈이 들려주는 이야기와 나무이야기를 들으며 갔다. 그리고 깃발이 날리며 들려주는 바람이야기는 해미읍성에서 들었다. 서해바다는 흐렸고 삼길포항에는 파도와 시간을 낚는 이들이 많았고. 도착한 숙소는 너무 한적했고. 금방 깜깜해졌다. 더치커피와 하퍼리 파수꾼을 펼쳐놓고, 응답하라 1988를 보았다. 빨강 앙고라장갑의 털이 날렸던 기억을 떠올리며.. 정환이의 눈에서 누군가의 눈빛을 기억하며.. 설레고 아픈 마음을 달랬다. '요 머리로 잘 생각해 봐. 내가 왜 왔는지.' 덕선이에게 하는 말도 들렸다. 영혼의 스프같은 나의 청춘들이 마구마구 떠올랐다... 씨네코드선재에서 하는 마지막 영화, 마스터를 보았다. 마지막이란 묘한 설렘과 아쉬움, 안타까움에 많은 사람들이 왔다. 한때 머물렀던 공간을 추억하며 찰칵찰칵하는 소리가 많이 들렸다. No Other Love, Changing Partner가 아주 낮게 읖조리듯 엔딩을 장식해 줬다. 또 다른 시간과 공간으로 마음을 담아내야 한다... 하퍼리 파수꾼에는 아버지가 우상이고 최고였던 딸에게 아버지의 다른 모습을 발견하게 되면서 또 다른 아버지를 알게 되는 이야기다. 읽는 내내 팔순을 넘기신 아버지와 많이 오버랩되었다. 본문의 글처럼 '늘 아버지가 50대 중반 어디쯤을 맴돌고 있다고 생각했다. 아버지는 그보다 더 젊었던 적은 떠오르지 않았고, 더 늙어 가는 것 같지도 않았다.(29쪽)' 이 문장을 읽는 순간 어쩜 나의 생각과 같을까하며 깜짝 놀랐다. 아직도 아버지는 지금 내 나이의 아버지로 그려진다... 아버지, 아빠하며 가슴이 먹먹해 지는 말이다. 조금씩 변해가고 있는 당신을 들키지 않으려 애쓰시는 아버지이다... 그러나 과거에도 현재에도 미래에도 아버지는 언제나 똑같다. 그리고 응팔을 보면서 청춘의 노래와 아버지의 청춘도 떠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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