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들 만나러 밀양까지 다녀왔다. 전도연 주연의 영화가 떠오르고, 그곳의 대추의 달콤함도 비밀스런 햇살과 관련되었다는 터무니없는 가정까지... 낮으막한 산들이 새색시처럼 수줍은 거 같지만, 치마자락 속에는 불같은 에너지가 있을 거 같은, 순전히 밀양이라는 이름 때문이리라... 수십년만에 처음 만나는 친구들도, 계속 만나온 친구들도 모두 반가웠다. 모임을 빌미로 아직까지 카톡을 보내는 건 무슨 마음일까. 무슨 마음을 알아달라는 걸까... 불쾌한 기분이 든다. 이러저러한 가운데 단풍놀이도 갔다. 서울거리의 은행나무들은 새파랗게 질려있는데... 내려 갈수록 단풍들이 눈에 들어왔다. 김려령의 '트렁크'와 정이현의 '트렁크'도 읽었고. 전자는 읽는 내내 기분이 나빴고, 단순하다 못해 그러한 혼인으로 살게 될지 모른다는 걱정까지... 후자의 트렁크에는 목적을 위해서는 누구든 트렁크에 넣어 버릴 수 있음을 알려줬다. 트렁크가 아니라 무슨 짓을 못하겠어... 지금 막 덮은 '그의 여자'는 각자의 그 남자를 기다리고 만나고 했을 때를 기억하면 두근거림과 고소한 미소까지 나올 수 있다. 나의 내밀한 기억들과 불쾌한 기분은 트렁크에 넣고 잠궜다. 이제 버릴 일만 남았다... '그의 여자'에서는 완전히 가질 수 없는 그 남자 대신 소소한 물건들을 만날 때마다 챙긴다. 이제 그의 여자가 될 수 있다는 상황에서는 애써 챙긴 물건들은 쓰레기통으로 들어가고, 그녀의 마음을 잡게 되는 새로운 물건이 자리 잡는다. 결국 그녀는 또 다른 그 이들의 여자가 될 수 있음을 남겨둔다. 누군가와 온전한 만남을 하기까지의 순간 순간의 감정들을 세밀화처럼 그려냈다. 한때 나의 마음도 그러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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