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식사가 끝난 뒤
함정임 지음 / 문학동네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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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남씨의 생각으로 바다 색이 조금이라도 남아 있는 여섯시로 잡았던 저녁식사는, 초대객들의 피치 못할 사정들로 결국 처음 남편이 계획했던 일곱시에 시작되었다. (50쪽)

만난 지 이틀째, 우리는 서로 약속이라도 한 듯이 사생활에 대해서는 함구했다. 갖고이나 연인, 사랑 따위. 오직 지금 이곳에서 보는 것, 듣는 것을 이야기하는 것으로도 관계는 이어졌고, 삶은 계속되었다. 그가 자동차를 렌트한 덕분에 기동력이 좋아졌고, 그만큼 돌발적인 우회로들이 늘어났다. 무엇보다 혼자라는 이유로 찾아오는 이런저런 유혹과 잡념들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었다. (87쪽)

나는 그의 이름을 안다. 그가 무슨 일을 하는지도 안다. 그리고 삶에 대한 그의 약간의 태도와 몇 가지 기호들도 안다. 그에 관해 더 알려고 하면 책상 위에 놓여 있는스마트폰을 켜고 검색을 해보면 된다. (100쪽)

나는 문 하나를 사이에 두고 두 세계에 걸쳐 서 있었다. 경쾌한 소리, 투박한 소리, 엉기는 소리, 육중한 소리, 그들의 발걸음이 일으키는 소음은 걷는 것, 오르는 것, 그러니까 살아 있는 것은 끊임없이 나아가는 행위라는 것을 새삼 일깨워주는 것 같았다. (16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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