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에게 잔인한 훈련만을 강요하면서 아주 멋진 교육을 하는 것처엄 꾸며 보이는 일에 온 정신을 소모해야 하는 `교육 공무원`인 저 자신이 한심스러워 견딜 수 없습니다. (22쪽)
건강한 사람은 병든 사람의 괴롬을 절대 이해할 수 없습니다. 병든 사람 자신의 고통이며, 어디까지나 그 한 사람만의 불행인 것입니다. 그 불행의 가장 큰 요소는 육신의 병 때문에 정신적인 병까지 앓게 되는 것입니다. (39쪽)
배우지 못한 것이 제일 슬프고 고통스럽습니다. 책 한 권을 읽는 데도 사전을 펼쳐 놓고 봐야 되니, 글 한 편 쓰는 데야 말할 나위 없지요. 그래도 자꾸 틀립니다. 어려운 말을 쓰는 것도 어렵지만, 쉬운 말로 쓰는 것은 더더욱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60쪽)
자신이 왜 이렇게 부끄러워지는지 모르겠습니다. 제가 못 배운 것도, 그리고 가난한 것도, 병든 것도 제 잘못이라면 너무도 억울합니다. 그런데도 역시, 책임은 제게 있는 것 같아 부끄럽습니다. (132쪽)
오늘 문득,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나도 어릴 적부터 좋은 환경, 좋은 교육을 받았다면, 위대한 사람이 될 수도 있었을지 모른다고 말입니다. (151쪽)
생산이라는 것, 소유라는 것, 그리고 내 것을 나눠 준다는 자선이란 말들이 쓸데없는 빈말인 것을 우리는 알고 있으면서 그것을 정당화하면서 살아온 자신이 부끄럽습니다. 가진 것을 `준다고`하지 말고, `되돌려 준다`고 해야 할 것입니다. 생산한다는 말은 아예 버리고 `받는다`는 말이 옳겠지요. (188쪽)
요즘 젊은이들은 사물의 깊은 곳까지 보려고 하지 않는 경향이 많은 것 같습니다. 우리 한국의 분단 원인을 너무도 단순하게 취급하고 있어서 안타깝습니다. 교육이 그랬으니 도리가 없을까요. 그중엔 진지한 젊은이도 있는데 금방 한계가 드러나고 말아요. 특히 가톨릭이나 교회 젊은이들의 사고방식은 한결같이 획일적이고 모방적입니다. 개성이 뚜렷하지 못한 건 결국 그만큼 인간을 도외시한 때문일 것입니다. (204쪽)
하느님 나라는 절대 하나 되는 나라가 아닙니다. 하느님 나라는 일만 송이의 꽃이 각각 그 빛깔과 모양이 다른 꽃들이 만발하여 조화를 이루는 나라입니다. 꽃의 크기가 다르고 모양이 다르고 빛깔이 달라도 그 가치만은 우열이 없는 나라입니다. (207쪽)
요즘 자신에 대해 많은 비판을 가하고 있습니다. 부끄럽고, 죄스럽다는 생각이 시시각각으로 엄습해 와서 정신이 흐트러집니다. 용기가 없었다는 것, 주체 의식이 약했다는 것, 무식에 대한 솔직성을 감추려 한 것, 지식인들의 흉내르르 내려 했던 것에 부끄러움이 가장 억울해집니다. 자신의 건강관리에 너무도 소홀했다는 것에 대한 죄스러움이 새삼 일어납니다. 환경과 여건이 그랬지만 언제나 자신의 목숨에 대해서 자포자기했었으니까요. 그래서 일을 못 한 것이 죄스럽습니다. (214쪽)
어린이를 미숙하고 유치한 존재로 보고 있듯이 아동문학을 그렇게 가볍게 취급하고 있으니 주목할 만한 작품이 나오지 않고 있는 것입니다. 소설이나 시를 쓰는 사람들이 여가 선용이나 취미로 하지 않듯이, 우리 아동문학도 온 생애를 바쳐 쓸 수 있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저같이 병들고 무능한 인간이 아닌, 건강하고 역량 있는 작가가 있었으면 하는 것입니다. 한 편의 동화를 빚어내기 위해 다른 모든 것을 버릴 수 있는 뜨거운 작가가 나와야만이, 아동문학이 구원을 받고 또 인간이 구원을 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224쪽)
천지 창조 때부터 모든 목숨은 경쟁 사회에서 살아왔고, 그 경쟁 속에서 항상 이길 수 있었던 것은 참(진실)이 아니라 힘이었던 것입니다. 최고의 고등동물로 자처하는 인간도 역시 힘에 의한 도전은 막을 수가 없었습니다. (268쪽)
어떻게 하면 함께 살 수 있겠습니까? 넘치지 않게 필요한 만큼 고루 나누어 쓰는 인간 세상은 오지 않는 것일까요? 제가 그토록 죽을 고비를 넘기면서 그래도 잃지 않는 한 가지 오기는 자신의 값어치를 지키고 싶었던 것뿐입니다. 그런데 요즘 아이들은 그 값어치를 너무 헐하게 내던지고 맙니다. 왜 그토록 고귀한 자신을 물건처럼 상품으로 만드는지 안타깝습니다. 노력보다 결과에만 마음을 쓰다보니 출세라는 저속한 계산을 하고 인간은 매몰되고 마는 것입니다. 결국 인간으로 산다는 것은 외로운 것입니다. 그것은 진시황제가 만리장성을 쌓은 것보다 어렵고 고달픈 길입니다. (308쪽)
요새 와서 저도 세대 차이라는 것을 많이 느끼게 되었습니다. 젊은이들의 심각한 고민이란 정신적 고민보다 물질적 고민이 대부분입니다. 우리들 시대에는 가난 자체가 오히려 정신적 힘이 되어 주었고 훨씬 건강했습니다. (34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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