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을 사람하고만 할 수 있다 생각하다니, 얼마나 웃기고 편협된 생각인지. 자연과의 결혼이다. 봄날 티파사에서의 결혼에서 겨울날 다시 티파사로 돌아온다. 젊을 때 출발하여 늙어서 돌아온, 청춘들이 결코 알 수 없는 죽음앞에서는 대낮의 아름다움은 추억에 불과하고 미칠듯한 분노는 어느새 녹아내리고, 어둡고 최악의 세월에서도 막아준 것은 한때 머물렀던 그 장소들이었음을 깨닫는다. 그때의 풍요는 지금의 아무것도 없는 것과 맞닿아 있고, 영원할 것 같았던 그 풍경들은 덧없이 사그러질 인간에게 희망을 준다. 알제의 여름은 눈을 찌를 듯한 햇살을 떠오르게 하고, 이방인도 생각나게 한다. 만나는 장소, 자연, 경치에 대하여 묘사한 부분을 읽을 때는 숨이 막힐 정도다. 한문장의 길이가 엄청길다. 아무하고도 나눠가질 수 없고 몸소 체험해야 알 수 있는 삶에 대하여 지중해의 아름다운 도시들의 바람, 사람, 돌, 햇살, 사막, 여름, 나무, 신화로 이야기를 들려준다. 금방이라도 눈앞의 광경이 떠오른다. 개개인의 여름날은 언제였을까? 빛나고 아름다웠던 청춘은 청청하고 높디 높은 푸른 하늘같았고, 깊고 깊은 바다같았던 때, 오직 앞만 바라보고 있었던 여름날에서 이제는 옆도 돌아보고 비스듬히 서있을 수도 있는 날들이 되었다. 한두개의 확인되지 않은 진실같은 이야기를 가지고 좌우 상하 나누고 편견으로 그 이야기를 되풀이하며 살아왔던 거 같다...지난 주말에는 하이원을 다녀왔다. 푸르디 푸른 나무들이 눈앞에 있다. 옛날에 왔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컸다. 그때는 사는 게 바빠서. 그런거 같다. 한때의 푸름은 낙엽이 되어 있을테니까. 그냥 이렇게 지나가는 거 같다... 책을 덮는데 약간의 슬픔, 쓸쓸함, 어쩔 수 없음이 밀려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