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세상을 탐하다 - 우리시대 책벌레 29인의 조용하지만 열렬한 책 이야기
장영희.정호승.성석제 외 지음, 전미숙 사진 / 평단(평단문화사) / 2008년 7월
평점 :
절판


선생님이 되기 위해 꼭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하고, 나는 이 어린 선생님들에게 그 능력을 건네고 싶은 것이다. 생각 끝에 내가 내린 결론은 무엇보다 인간에 대한 깊은 이해가 필요하리라는 것이다. 그것은 곧 겉으로 드러나는 모습만 보고도 속에 감추어진 생각과 느낌을 읽을 수 있는 능력일 것이다. (74쪽)

하나의 의제를 설정하고, 이를 깊이 있게 또 요모조모 생각할 수 있는 탐구는 책을 통해 가장 풍부하게 이루어지낟. 책을 통해, 문학작품을 통해 우리는 인간을 경험하는 것이다. 인간의 사유를 경험하고, 인간의 상징을 경험하고, 기호를 넘어 의미를 경험하는 것이다. 읽고 또 읽어나가는 덧쌓이는 경험을 통해 비로소 우리는 우리 자신을, 그리고 타자를 제대로 읽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저 사실을 이해하는 차원을 넘어, 인간과 세계의 표상 너머의 감추어진 의미를 해석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75쪽)

다양한 간접 경험이나 지식의 습득이 곧 올바른 사람이 되는 것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진리를 알고 있는 사람이 모두 진리의 길을 가지 않는다는 사실이 진리의 의미를 부정하는 이유가 되지 못한다. 그것은 개인의 선택에 달려 있다. 그리고 그 선택 또한 앎을 통한 깨우침에 의해서 결정된다. 독서는 그러한 앎과 깨우침을 위한 필수 조건이다. (90쪽)

책의 세계는 정신의 자기회귀를 강화하는 고독한 성찰과 불안한 의심의 극장, 의식이 의식을 만나 협상하고 교섭하는 대화의 극장, 인간이 유한성의 조건 속에서 그 유한성에 보복할 모든 가능한 책략들을 꾸미는 음모의 극장이다. (110쪽)

책을 읽는 일은 오래 입은 옷처럼 편안한 지식과 가치를 다시금 냉정하게 돌아보는 일이다. 그런 점에서는 다소간의 불편과 거부감이 따르는 일일 수도 있다. 그러나 최초의 불편과 거부감을 통과하고 나면 그 다음에 기다리고 있는 것은 새로운 발견, 그리고 넓고 깊어진 자기 자신이다. (16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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