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자의 서재 - 길에서도 쉬지 않는 책읽기
이권우 지음 / 동녘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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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지은이는 유럽에 책마을이 널리 퍼지며넛 헤이 온 와이의 리처드 부스가 일종의 제국주의적 행태를 보인다싶은 모양이다. 책마을의 정신보다는 상업성에 너무 치중하고 있다는 비판도 간간이 나온다. 먼저 시작한 것은 높이 평가받아 마땅하나 이를 기반으로 우쭐대거나 압도하려고 해서는 곤란하다. 책을 사랑하는 사람의 태도로 적합하지도 않다. 책이란 자유롭고 평등하며 다양한 가치를 옹호하는 세계다. 이에 반하는 일이 벌어진다면 비판받아 마땅하리라. (60쪽)

그러니 [왕오천축국전]은 문장을 읽어서는 안 된다. 행간을 읽어야 한다. 문장과 문장 사이에 살아 숨 쉬는 간절함을 느껴야 한다. 생각해보라. 언제 우리가 목숨 걸고 여행 가본 적 잇는가. 목숨 건 일이 효용 가치가 전혀 없는, 삶의 구원 문제인 적이 있는가. 혜초는 그 길을 갔다. 용케 살아 돌아와 둔황에서 보고 듣고 느낀 바를 적었다. 그 뜨거움에 감동한 누군가가 그 글의 요약본을 만들었을 거고, 다른 이가 그것을 옮겨 적었으리라. 지금 우리가 보는 여행기가 바로 그것이다. 알고 보면, 감동하지 않을 수 없다. (133쪽)

이 땅에 사는 누가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며 유쾌하게 즐거며 살았노라고 말할 수 있겠는가. 경제적 성공은 목적이 아니라 수단이어야 하거늘, 우리는 전도된 가치에 얽매여 살고 있지 않은가. 손호철은 이런 삶을 일컬어 "라틴적 삶"이라 말한다. 이를 달리 정의하면 "덜 생산하고, 덜 소비하고, 조금 더 가난하더라도 자기 시간을 더 많이 가지면서 삶의 질을 높이는"삶이라 할 수 있을 터이다. (2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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