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 [왕오천축국전]은 문장을 읽어서는 안 된다. 행간을 읽어야 한다. 문장과 문장 사이에 살아 숨 쉬는 간절함을 느껴야 한다. 생각해보라. 언제 우리가 목숨 걸고 여행 가본 적 잇는가. 목숨 건 일이 효용 가치가 전혀 없는, 삶의 구원 문제인 적이 있는가. 혜초는 그 길을 갔다. 용케 살아 돌아와 둔황에서 보고 듣고 느낀 바를 적었다. 그 뜨거움에 감동한 누군가가 그 글의 요약본을 만들었을 거고, 다른 이가 그것을 옮겨 적었으리라. 지금 우리가 보는 여행기가 바로 그것이다. 알고 보면, 감동하지 않을 수 없다. (133쪽)
이 땅에 사는 누가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며 유쾌하게 즐거며 살았노라고 말할 수 있겠는가. 경제적 성공은 목적이 아니라 수단이어야 하거늘, 우리는 전도된 가치에 얽매여 살고 있지 않은가. 손호철은 이런 삶을 일컬어 "라틴적 삶"이라 말한다. 이를 달리 정의하면 "덜 생산하고, 덜 소비하고, 조금 더 가난하더라도 자기 시간을 더 많이 가지면서 삶의 질을 높이는"삶이라 할 수 있을 터이다. (212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