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은 그냥 있는 거로 알았다. 편하면 편리한대로, 눈에 거슬리면 그런대로, 불편하면 웅얼웅얼 한 마디 뱉고 지나쳤었다. '빨간도시'는 저자의 애틋한 마음이 느껴져 읽는 내내 마음이 아팠다. 조금 고통스러웠다. 불편한 건물에는 이유가 있었다. 이거 아니면 저것이 아니라 그 행간사이에는 무한대의 의미가 있음을 알게 되었고, 보이지 않는 가능성까지 막아버린 사람들의 무식하고 가히 폭력적이라 할 내용들 때문에 불편했다. 특히, 눈에 거슬리고 불편하고, 눈을 아프게 하는 부조화의 건물들은 모두 이유가 있었다. 건축 또한 자연과 사람과 같이 동화되어 편한 옷 같아야 했다. 그리고 모든 것의 바탕은 사람이 먼저여야 했다. 거기에 높고 힘있고 돈많은 사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자연 그대로의 사람 그 자체가 중심이 되어야 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건축은 항상 그 자리에 있다. 오롯히 시대상, 사회, 사람들의 태도까지 그대로 드러내면서 그 자리에 있다. 그곳의 건축은 잘잘못을 가릴 수 있는 본이 되기도 하지만 아픈 손가락이기도 하다. 사람보다 더 오랫동안 살아 있을 건축은 그래서 정의롭게 공정하게 되어져야 한다. 건축가가 본 곳곳의 건축은 일반인보다는 훨씬 받아들이기 어려운 아픔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