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 2
김형경 지음 / 사람풍경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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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도취의 시간은 천상의 영역이다. 영혼의 영역이고 정신의 영역이다. 그리하여 도취에서 깨어 바라보는 지상의 현실은 남루하고 고통스럽다. 툇마루가 달린 작은 방 하나, 금방이라고 사각형의 한 귀가 허물어질 듯 비스듬한 창이 달린 방에서 먹여 살려야 하는 육체를 데리고 살고 있다. -268쪽

모든 것이 마음 탓이다. 아무것도 아닌 말을 그토록 예민하게 받아들이는 것도, 무심한 말에 그토록 상처를 입는 것도, 마음이라는 것이 있게 때문이다. 억울하다고 생각하는 것도 마음이고, 피해의식이라고, 신경증이라고 느끼는 것도 다 마음이다. 마음만 없다면, 마음만 없다면 그 모든 것이 곁을 스쳐가는 바람과 다를 바가 없지 않은가. -376-377쪽

어른 나이에 이르기 전에는 할 수 없는 일이 있는 법이다. 어느 나이에 이르기 전까지는 이해할 수 없는 세상의 이치가 있는 법이다. 어느 나이에 이르기 전에는 감히 도달할 수 없는 사유의 깊이가 있는 법이다. 중요한 것은 언제나 세월이다. 시간이 퇴적층처럼 쌓여 정신을 기름지게 하고 사고를 풍요롭게 하는, 바로 그 세월이다. 그러므로 세월 앞에서는 겸허해야 한다. 누구고, 그 사람만큼 살지 않고는 어떤 사람에 대해 함부로 평가해서는 안 된다. 누구든, 그 사람과 똑같은 세월을 살아보지 않고서는.-5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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