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도 작업은 내면에서 작동하는 낡은 삶의 플롯, 어린 시절에 머물고 있는 내면의 자기를 함께 떠나보내는 일이다. 그 과정에서 치유과 성장이 자연스럽게 뒤따른다. 애도 작업을 잘 이행하면 자기 자신을 잘 알아보게 되고, 새롭게 태어날 수 있게 된다. -50쪽
사랑의 대상을 잃은 박탈감과, 사랑의 대상은 존재하는데 그에게서 사랑받지 못하거나 학대당하는 결핍감 중 어느 쪽이 더 고통스러울까 생각해 본 적이 있다. 박탈은 대상을 포기할 수 있지만 영원한 절망이 따르고, 결핍은 포기할 수 없는 기대감으로 인해 거듭 분노가 증폭되지 않을까 싶다. 어느 쪽도 나쁘기는 마찬가지지만.-95쪽
아름다움과 멜랑콜리가 연결되는 지점에 바로 상실과 애도가 존재한다. 상실은 대상을 미화, 이상화할 뿐 아니라 대상과 무관하더라도 '아름다움' 그 자체를 탐닉하게 한다. 우울증을 베일이나 장신구처럼 자신을 치장하는 요소로 사용하는 여성들처럼, 상실을 아름다움으로 변형하여 살아갈 힘을 만들어 낸다. -125쪽
멀리 떠나는 사람들은 먼 길을 돌아와서야 비로소 알아차린다. 그렇게 해도 마음의 문제, 삶의 문제는 고스란히 남아 있다는 사실을. 우리가 툭하면 꿈꾸는 유토피아나 무릉도원, 이니스프리 호수는 그저 환상의 공간일 뿐이라는 것을. -157쪽
사랑하는 사람에게서 거두어 온 리비도는 내면에 간직된 상태에서 스스로 증식하는 힘이 있다. 그리하여 그것은 과장되고 과잉되게 흘러넘치는 상태가 되기 쉽다. 조증(manic)이라고 번역되는 그 심리 상태는 어떤 감정이든 과도하게 팽창되는 상태를 말한다. 쉽게 진정되지 않는 감정의 폭발, 혹은 에너지 과잉 상태라고 할 수 있다. 불안감이든, 나르시시즘이든, 행복감이든 보통의 경우보다 높은 상태로 오래 지속된다면 그것이 조증이다. -188쪽
애도 작업의 핵심은 슬퍼하기이다. 우리는 슬퍼하지 못하기 때문에 마음이 딱딱해지고, 몸이 아프고, 삶이 방향 없이 표류하게 된다. 지금까지 열거된 다양한 증상들, 그리고 우울증조차 제대로 슬퍼하지 못해 생긴 결과이며, 슬픔의 왜곡된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울 수만 있다면 마음의 병이 걸리지 않는다고 한다. 뒤늦게라도 울음이 터져 나오는 바로 그 순간부터 마음이 회복되고 있다는 뜻이다. -22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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