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내심이란 뭔가 이뤄질 때가지 참아내는 게 아니라 완전히 포기하는 일을 뜻했다.-47쪽
미래가 없는 두 연인이 3개월 동안 살던 집, 말했다시피 그 집에서 살 때 뭐가 그렇게 좋았냐니까 빗소리가 좋았다고 이모는 대답했다. 자기들이 세를 얻어 들어가던 사월에는 미였다가 칠월에는 솔까지 올라갔다던 그 빗소리.-89-90쪽
대기 속에서 순환하는 바람들과 물방울들과 따뜻하고 차가운 공기들이 그를 감싸고 '괜찮아, 다 괜찮아' 속삭이는 느낌이었다고. 그리하여 안개 속을 걸어가는 동안 그를 둘러싸고 있던 고통과 불안은 서서히 사라졌고. 마침내 집 앞에 이르렀을 때 세진은 마음의 평안을 얻었다고.-111쪽
24번 어금니를 뽑으면서 내가 알게 된 것은 고통苦痛이란 단수單數라는 것이었다. 여러 개의 고통을 동시에 느끼는 경우는 거의 없다는 것.-166쪽
어처구니없는 선택으로 원치도 않았던 삶을 살았다면, 그것으로 그는 이미 자기 인생 앞에서 비도덕적이고 비윤리적인 것인데, 거기다 대고 다시 뭐라고 왈가왈부하는 것은 주석에 주석을 다는 일이나 마찬가지였다.-225-226쪽
이야기는 사람들 사이에 있었다. 이야기를 듣는다는 건 함께 경험한다는 뜻이다.-248쪽
행복은 자주 우리 바깥에 존재한다. 사랑과 마찬가지로. 하지만 고통은 우리 안에만 존재한다. 우리가 그걸 공처럼 가지고 노는 일은, 그러므로 절대로 불가능하다. -302쪽
우리가 타인에게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은 기쁨과 더불어 우울을 선사할 때가 있다. 우리의 이야기를 듣고, 우리로 하여금 말하게 하고, 우리의 이야기 자체가 되는 주체가 우리 자신이 아닌 다르고 낯선 존재들이어서 우리가 늘 빚진 채로 살아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33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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