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자존, 본질, 고전, 견(見), 현재, 권위, 소통이라는 싱싱한 재료를 담아낼 아름다운 그릇입니다.(p213)"
그중 소통을 읽으며,
그여자는 기다렸다. 전화가 오기를, 문자라도 오기를, 그러나 시간만 느리게 지나갔다. '문자라도 보내지'라고 문자를 보냈다. 시간만 똑딱똑딱 흘렀다. 전화를 걸었다. 산책 중이라 문자를 할 수 없었단다. (문자를 본 순간 멈춰서 할 수 있다.) 문자가 왔다. 그여자가 원하는 내용이 아니었다. 그건 옆집 여자에게 하는 내용이었다. 그여자는 온전하게 그남자의 주의와 관심을 갖기를 원했다. 이제라면 전화와 문자는 당연히 그여자를 향한 출발점에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왜 지금 그여자가 문자와 전화를 했는지, 그 정도는 그남자가 알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남자는 다른 출발점에 가 있었다. 그게 아니더라도 그여자가 이 시점에서 전화와 문자를 한 이유를 한번 쯤은 생각해 봐야 한다고, 그게 남자여자가 아니라 인간에 대한 예의라고. 그남자의 주의는 그여자가 아니였다. 그남자에게는 그여자가 아주 먼 타인에 불과했다. 다시 그여자는 이해하지 못하고 결코 알려 하지 않는 글을 보냈다. (이제 내맘을 알겠지) 이게 뭐야, 복잡하단다. 그래서 그여자와는 더이상 엮이고 싶지 않고, 모든 소통을 차단한다는 불타오르는 문자를 그여자는 단번에 받았다. (허걱...) 이게 그여자와 그남자의 소통법이다. 그냥 그여자가 그남자에게 아침점심저녁 전화를 아주 아주 심플하게 부탁했다면. 서로 소통이 되었을까... 그건 아닐거다...마음이 없는거다...마음이 있다면 복잡한 것을 풀려고 했을거니까... "心不在焉 視而不見 聽而不聞 食而不知其味(심부재언 시이불견 청이불문 식이부지기미). 마음에 있지 않으면 보아도 보이지 않고, 들어도 들리지 않으며 그 맛을 모른다.(p1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