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각자의 길 위에서 비슷한 종류의 상처를 받았고, 어쩌면 그것이 죽을 때까지 사라지지 않을 크기의 상처가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떠한 상황 앞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마음, 우리는 살면서 자주 그런 상황을 겪겠지만 그것은 절대로 면역되지 않는다. 그저 세월에 맡기고 그것을 흘러보내며 무뎌지기를 바랄 뿐인 것이다. -19쪽
우리는 어쩌면 불필요한 만남이었는지 모른다. 이리도 가슴이 묵직한 것을 보면, 그 묵직함이라는 것은 서로에게 더 많은 것을 주지 못해 아쉬웠던 시간들, 빈 공간을 아무리 채우고 채우려 해도 바닥나던 시간은 참으로 따뜻했다. 아무것도 없는데 말이다. 당신의 그릇을 나누고 나의 그릇을 끝내 다 덜어주고도 아쉽던 시간은 아무것도 아닌 마음의 시간들이었다. 하지만 오래전 그날 오로지 그것이 전부였으므로 우리는 그것이 최선이었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세상에서 가장 크고 그것이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시간이었다. 그 마음의 시간들, 그것을 생각하면 나는 또 한없이 따뜻한 마음이다. 비록 당신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할지라도. -103쪽
산다는 것은 그런 것이리. 뚜렸하지 않은 것을 제대로 보려고 조금씩 가까이 다가가는 일. 그래서 그것을 끝내는 확인하고 마는 일. 하지만 그 무엇도 내가 다가가지 않으면 쉽게 다가오지 않으리. 당신이 움직일 수 없다면 내가 가야 하리. 그 일은 희생이 아니라 희망이리. 무모한 일이 아니라 무한한 일이리.-147쪽
오후의 태양 사이로 흩날리던 장미꽃 비와 밤의 불꽃놀이, 그리고 무엇보다 낯선 생일 파티. 그 낯선 순간이 나는 이상하지 않아서 이상했다. 여행이란 이렇게 또 낯선 순간과 낯선 장소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을 내 것으로 경험하는 일, 그것을 감사히 받아들이는 일, 그 속에서 가까워지는 일일 것이다. 어쩌면 내게 익숙하지 않은 모든 것이 여행이다. -210쪽
안 되는 건 안 되는 것이다. 세상을 다 속여도 절대로 자신의 마음만은 속이지 못하리라.-221쪽
낯선 이에게 그리 따뜻한 마음이 될 수 있다는 것. 나는 세상을 많이도 돌아다니면서도 내 것을 나누는 일이 서툴렀고, 그는 움직이지 않고도 세상에 마음을 내는 방법을 가지고 있었다. 많은 것을 본다고 마음이 달라지겠는가. 아무것도 보지 않고서도 모든 것을 다 안을 그 마음에 비한다면. 누군가를 초대하겠다는 것은 나의 많은 것을 나눈다는 의미일 것이다. 그리고 나는 그 따뜻함을 보았다. -24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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