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와 사이 - 유쾌한 지식여행자의 커뮤니케이션 강의 지식여행자 12
요네하라 마리 지음, 홍성민 옮김 / 마음산책 / 2011년 3월
품절


생물이 생존하는 것은 단순히 육체라는 한 개체로서생명을 이어가는 것뿐만 아니라, 그전까지 축적한 다양한 정보를 다음 세대에 전달하기 위해서다. 물론 이것은 하나의 가설에 불과하지만, 고등하다는 것은 그만큼 축적한 정보를 전달하는 데 시간이 걸린다는 이야기고 그래서 수명도 긴 것이다. -46쪽

통역에서 가장 큰 문제는 교신 수단으로 언어를 사용한다는 점이다. 통역은 언어가 장사 도구인 셈이다. 앞의 이야기에서도 알 수 있듯이 말이란 사물 그 자체는 아니다. 사물을 가리키는 기호이기 때문에, 가령 내가 사과를 한 알 건넨다면 사과 자체를 상대에게 직접 건넬 수 있지만, 이것을 말로 건네게 되면 그 말을 어떻게 해석하느냐 하는 것은 건네받는 상대의 문제가 된다. 이것은 통역뿐 아니라 말을 전달하는 행위를 하는 사람이라면 으레 겪는 일이다. 말을 할 때 그것이 상대에 따라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항상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67쪽

사람의 입에서 말이 나오는 과정은 모호함에서 시작된다. 그래서 우리는 개념이 표현된 것을 문자나 소리로 인식했을 때 그 내용을 듣거나 읽어 해독한다. 그러고 나서 '아, 이것을 말하고 싶었구나'하고 그 모호한 대상의 정체를 인식한다. 모호한 대상의 정체를 알게 되었을 때 이해했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이다. 문자 그 자체가 아니다. 그래서 통역을 할 때는 이 모호함을 다시 만들어내지 않으면 안된다. 즉 말이 생겨난 과정을 다시 한 번 거쳐야만 한다. 말이 생겨나고 그것을 듣거나 읽고 해독해 무엇으 말하고 싶은가 하는 개념을 얻어서 그 개념을 다시 한 번 말로 한다. 코드화해서 소리나 문자로 표현하는 과정을 거치지 않으면 살아 있는 말이 될 수 없다. 결과만, 즉 말만 옮기는 것이 빠를 것 같지만 사실은 앞의 과정을 거치는 것이 더 빠르다. 왜냐하면 말이란 그 부품인 단어가 아니라 하나의 텍스트이기 때문이다. -120쪽

앞서 말했지만 '국제화'라고 할 때 일본인이 말하는 국제화는 국제적인 기준에 자신들이 맞춘다는 의미다. 지구촌, 국제사회에 맞춰간다는 의미. 미국인이 말하는 그로벌지제이션은 자신들의 기준을 세계에 보편화한다는 의미다. 자신들은 달라지지 않는다. 자신들은 정당하고 정의롭다. 자신들이 법이다. 이것을 세계 각국에 강요하는 것이 글로벌리제이션이다. 똑같이 국제화하고 하지만 자신을 세계의 기준으로 하려는 '글로벌리제이션'과 세계 기준에 자신을 맞추려는 '국제화'사이에는 아주 커다란 도랑이 있는 것이다. 정반대의 의미다. -13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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