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적이라 여겨질 정도로 검소하고 단출하며 세속을 피한 그의 삶입니다. 그래서 책을 읽을 때면 따뜻한 온기 대신 겨울 호수의 냉기가 훅 느껴집니다. 가장 최근에 [월든]을 읽을 때는 '소로우가 너무한 거 아닌가? 아무리 그래도 인간세상을 이토록이나 경멸할 수가 있는 것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특히 "생활비를 버느라 자기의 모든 시간을 다 뺏겨 여유가 없는 사람들. 신에 관한 화제라면 자기들이 독점권을 가진 것처럼 말하며 다른 어떤 견해도 용납하지 못하는 목사들. 의사들과 변호사들 그리고 내가 없는 사이에 나의 찬장과 침대를 들여다보는 무례한 가정주부들. 안정된 전문직의 닦인 가도를 걷는 것이 가장 안전하다고 결론을 내린, 더 이상 젊지 않은 젊은이들"을 향한 냉소는 뼈가 시릴 정도였습니다.-31-32쪽
'어, 내 얼굴이 왜 이렇지?' 이런 물음이 불쑥 튀어나옵니다. 왜 이렇긴요? 나이를 먹으니 탄력과 빛을 잃어가는데다 온종일 중노동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았기 때문인데요. 나이를 먹는다는 것은 거울에 비친 내 얼굴이 맘에 들지 않아도 '이게 나'라고 받아들여야 하는 일입니다. 저항해도 부정해도 소용없습니다. 그런데 머리로는 인생만사 덧없음을 알고 있지만 마음은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을 용납하지 않습니다. -47쪽
절대적인 빈곤과 결핍에 시달리는 일부 사람들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미 차고 넘치도록 물건들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니 꼭 필요해서 물건을 구입하는 것이 아니라 습관적으로 아니면 경쟁심에서 구입합니다. 그럼에도 사람들이 느끼는 행복감은 점점 줄어듭니다. 뭔가를 소유하면 행복해질 것 같아 죽어라 일해서 그것을 소유하지만 행복하다고 느끼기보다는 여전히 외롭고 허전하고 불안하고 불행한 마음을 어쩌지 못하는 것이 우리들 현대인의 모습입니다. -109쪽
"쟤는 나랑 달라. 안 맞아."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면, 나랑 맞지 않는 타자가 과연 세상에 실재할까요? 그는 그의 빛깔과 본성대로 존재하는 또 다른 '나'일 뿐인 존재 아닐까요? 혹독한 체험을 끝낸 그리핀도 이렇게 말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서로 진심어린 대화를 나누기 전에 먼저 머리로 인식하고 그런 다음 마음속 깊이 감정적인 차원에서 깨달아야 하는 것이 있다. 바로 '타자'는 없다는 것. '타자'란 중요한 본질적인 면에서 바로 '우리 자신'일 뿐이라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161쪽
이단자가 무엇인지를 생각해보면, 나는 우리 의견과 일치하지 않는 생각을 가진 모든 사람들을 우리가 이단자라 부른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사람들은 자기 자신의 생각에 대해 혹은 자신의 생각이 옳다는 생각에 대해 너무나도 뚜렷한 확신을 가진 나머지 오만하게 다른 사람을 멸시하기에 이르렀다. 오늘날에는 거의 사람 수만큼이나 다양한 견해가 있건만 다른 사람이 자신과 견해가 같지 않다면 조금도 참으려 들지 않는다. -188쪽
사람들은 책을 읽건 영화를 보건 사람을 만나건 있는 그대로를 온전히 받아들이려 하지 않고 자기 방식대로 재단하고 자기 방식대로 변형시킵니다. 이런 지적을 여러 번 받았기에 언젠가 한 번은 사람을 만나 내 방식대로 그를 대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사람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연습을 해본 적이 있는데 참 좋았습니다. 그 속에서 나 자신도 만날 수 있었고 감정을 읽을 수도 있었습니다. -20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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