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책 읽기를 권함 - 우리시대 어느 간서치가 들려주는 책을 읽는 이유
김무곤 지음 / 더숲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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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기보다 중요한 일은 얼마든지 있다. 강아지와 함께 산보하는 일, 가족들과 바닷가에 가서 연을 날리는 일, 할아버지 할머니를 만나러 가는 일. 이런 일이 있으면 책 읽기를 그만두고 그 일을 하게 하자. 우리는 책 읽기 위해서 인생을 사는 것이 아니다. 인생을 살기 위해서 책을 읽는 것이다. 그것을 혼동하면 안 된다. -36쪽

이제 곧 영상매체가 인쇄매체를 완전 대체할 것인가? 대답은 '아니오'가 아니라 '아니 되오'다. 활자매체를 읽음으로써 우리가 얻어 온 것을 영상매체에게 모두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활자매체가 식물성이라면 영상매체는 동물성이다. 움직이는 영상은 우리를 기다려 주지 않고, 오히려 우리를 삼키려고 의도한다. 읽다가 생각에 잠길 수 없으며, 의심나면 다시 한 번 돌아가서 확인하기도 쉽지 않고, 읽다가 덮어버리기도 어렵다. 책을 읽을 때는 사람이 주인이다. 읽으려는 의도와 읽는 속도, 그만두는 행위를 사람이 스스로 통제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영상매체는 사람보다 더 힘이 세고, 사람보다 더 빨라서 사람을 종종 압도한다. 물론 편하기는 하다. 영상의 속도에 감정을 맞춰두면 스스로 생각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기뻐하고, 슬퍼하고, 화내는 일을 남의 의도에 내맡기기 쉽다. 책 읽는 일이 사람과 사람 사는 세상을 위해 참으로 중요한 까닭이 바로 여기에 있다. -60-61쪽

사람은 스스로 책을 고르고, 책장을 연다. 또 스스로 활자를 따라 눈동자를 굴리고, 때로 앞장으로 되돌아가려고 손가락을 움직인다. 또는 읽다가 팍 덮어버리거나 획 던져버린다. 이 모두 사람이 스스로 하는 일이다. 따라서 텔레비전을 보거나 휴대전화로 통화하는 일보다 귀찮고 힘이 드는 일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그래서 그만큼 더 가치 있는 일이다. 책을 읽는 일은 사람이 스스로의 몸과 마으므이 주인이 되는 일이기 때문이다. -61쪽

그들은 왜 읽지 않을까?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게씾만, 가장 큰 이유는 책을 읽는 일과, 성공하고 돈을 버는 일이 관계가 적다고 여기기 때문일 것이다. 현재 우리 사회의 모습은 이런 생각을 가진 사람들의 의견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성찰되고 정제되고 검증받은 지식은 무시되고, 설익은 사상, 자극적인 발언, 돌출적인 생각들이 주목받는다. -71쪽

그러므로 지고(至高)의 독서는 다시 읽기(rereading)다. 소년이 청년이 되고, 그 청년이 중년이 되어 소년 시절의 책을 읽는다.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만 해도 그렇다. 나는 중학교 다닐 때부터 그 책을 지금까지 열 번즘 읽었다. 그때마다 가슴에 와닿는 구절은 매번 달랐다. 책은 그대로인데 사람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1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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