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이 실패한다면 부모의 희생과 사랑은 모두 쓸데없는 것이 되고 마는 것일까? 부모의 헌신과 격려 또한 그저 괜한 짓이 되고 마는 것일까? 만약 자식이 실패 앞에서 부모에게 이런 감정을 느껴야만 했다면 그동안 부모가 자식에게 보내 준 것은 사랑도 헌신도 아닌 그저 '투자'였을 것이다. -31쪽
만약 내가 어떤 행동을 할 때 그 일을 하기로 결정한 사람이 내가 아니라면, 그것은 내가 '나의 인생'을 사는 것이라고 말할 수 없다. 자식으로서 부모의 기대를 충족시켜 드리는 것도 중요한 일이지만 그때도 그 선택은 내가 한 것이어야 한다. 부모의 기대와 나의 욕구 사이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을 절충할 필요가 있다. 나의 선택에는 무기력하게 부모의 뜻을 따르는 것, 아니면 불같이 화를 내는 것, 이 두 가지만 있는 것이 아니다. 부모의 기대에 존중과 이해를 보내면서도 나의 상황과 능력을 설명할 수 있는 방법이 얼마든지 있다. 부모님과 나의 관계 또한 내가 만들어 가는 것이다. -48쪽
가족 간의 대화는 바로 그 순간만의 대화가 아니라는 점이다. 가족은 그 누구보다 나와 가장 오랜 시간을 함께 한 사람들이다. 그렇기 때문에 가족 간의 말이나 행동은 단지 현재의 맥락뿐만 아니라 오랜 시간 누적해 온 과거의 경험을 포함한다. -67쪽
우리가 가족 간의 관계에서 반드시 기억해야 하는 것이 하나 있다. 아무리 가족이라도 서로의 모든 것을 알 수는 없다는 사실이다. 세상에서 제일 가까운 가족 관계라고 해도 어떤 상처가 그 사람에게 얼마나 아픈 것인지, 또 그것을 밖으로 내보일 준비가 되어 있느닞 아닌지는 그 사람이 아니면 알 수 없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만의 감각으로 각기 다른 모양의 상처를 느끼기 때문이다. 설사 그 상처가 가족이 함께 겪는 일이라고 해도 마찬가지다. 똑같은 사건이라도 다르게 경험하고 느끼는 일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상대가 예민하게 구는 것이라고 해도 그 사람이 그렇다면 그런 것이다. 누구보다 서로에 대해 잘 알고 있다는 것이 상대를 공격하는 무기가 되어 버린다면, 친밀한 가족이라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하지만 우리는 자주 그러고 있다. -73쪽
만약 내가 어떤 일을 하고 난 후의 느낌이 언제나 부족하고 무언가 불만족스럽다면 그렇게 느끼게 된 시작이 언제인지를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한다. -94쪽
어른이 된다는 것은 자신의 못난 부분과 잘난 부분을 함께 인정하고 받아들인다는 뜻이다. 그 안에서 우리는 삶의 균형을 잡으며 진정한 성장을 이루어 나간다. 그런데 어린 시절의 왕자, 공주의 환상에 여전히 사로잡혀 있다면 이런 과정을 잘 헤쳐 나갈 수가 없다. 나만의 고유한 영역을 가진 '어른'이 되는 것을 미룬 채, 타인의 인정에 의존하면서 영원히 다른 사람의 눈치를 보는 불안한 삶을 살아간다. 자신이 세상에서 '최고'라고 여기면서도 자꾸만 불안한 마음이 들고 다른 사람의 평가에 온 신경이 쓰인다면, 지금 하고 있는 일이 애초에 내가 원해서 시작한 일인지부터 생각해 보자. 아마도 그 일은 나를 위해서가 아니라 다른 누군가를 위해 시작된 일일 것이다. -103쪽
누군가 나의 마음을 아프게 했을 때, 마땅히 내게 주어야 할 것을 주지 않았을 때, 우리는 가슴 깊은 곳에서 차오르는 분노의 감정을 느낀다. 그리고 이런 일들이 오래 반복되었을 때 분노는 '원망'이 된다. '원망'이란 어떤 감정이나 사건을 되풀이해 생각함으로써 분노의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정신적 과정이다. 이것을 원망하는 당사자를 끊임없이 괴롭히면서 자꾸만 상황을 부정적인 방향으로 몰아간다. 누군가는 그래서 원망을 '독은 자기가 마시고 병은 다른 사람이 나기를 바라는 것'이라고 표현했다. 그만큼 원망은 원망을 품은 사람만 힘들게 할 뿐 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아무 역할도 하지 못한다는 뜻이다. -133쪽
가족에게 상처를 입은 사람의 마음속에는 자신이 결코 다른 사람들에게 인정받을 수 없는 하찮은 존재라는 생각과, 그래도 누군가에게 인정받고 싶다는 생각이 늘 전투를 벌이고 있다. 그래서 누구보다 간절하게 다른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싶어 하면서도 실제로는 다른 사람들을 밀어내는 안타까운 행동을 계속 한다. -163쪽
누군가 나의 자아와 긍지에 흠집을 내고 있는데도 그것을 묵인하고 있다면 그것은 결국 그들이 나를 함부로 하도록 내가 허락한 것이다. -173쪽
부모가 아이에게 불행을 호소하면 아이는 자신이 아무 것도 해 줄 수 없다는 생각에 극심한 무력감을 느낀다. 또 가까운 사람에 대한 흉을 지속적으로 듣다 보면 사람과 사람의 관계에 대한 신뢰도 잃어버릴 수밖에 없다. -185쪽
마음을 말로 표현한다는 것은 마치 창문을 열고 방안의 탁한 공기를 신선한 공기로 바꾸는 것과 같다. 고여 있는 생각과 감정들을 밖으로 내보내고 새로운 생각과 감정들을 받아들일 자리를 만드는 것이다. 내 생각을 상대에게 말로 표현하는 과정을 통해서 우리는 구체적인 언어로 정리된 나의 생각을 볼 수 있다. 또 나의 마음을 열어 놓은만큼 상대의 마음도 그만큼 더 잘 보이게 마련이다. -214쪽
반복되는 가족과의 부정적인 경험은 우리의 내면에 깊은 상처를 남긴다.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 해봤다면 더 이상은 자신을 상처 입는 상황에 내버려 두지 말자. 이것은 '가족'이라는 이름 전부를 버리라는 말이 아니다. 다만 나에게 고통을 주는 어떤 관계를 포기하라는 말이다. 더 이상 나아질 가망이 없는 관계가 누구와의 것인지는 아마도 스스로가 가장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가족 관계를 연애 관계라고 생각해 보며 조금 더 이해가 쉬울 지도 모르겠다. 상대방의 사랑을 얻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했지만 그 노력이 언제나 수포로 돌아간다면 그때가 바로 그 사람과의 관계를 정리해야 할 때가 아닌가?-226-22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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