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joy cafe! 카페 서울 - 서울의 숨겨진 보석같은 카페를 찾아 떠나는 여행 enjoy cafe! 시리즈 1
이현주 지음 / 북웨이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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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인가에 길들여져 있다면 길들여진 시간만큼 노력하여 고쳐질 수 있지만, 누군가에게 길들여져 있다면, 특히 사랑하는 사람에게 길들여져 있다면 그 사람과 헤어진 후에도 이미 길들여진 것이 좀처럼 쉽게 고쳐지기 힘들 것이다. 아마 이 [길들여지기]레스토랑은 '무엇인가' 보다는 '누군가'에게 길들여지는 것을 원하는 것 같다. 거부할 수 없는 이곳의 평온함과 안락함은 이미 누군가의 손길에 길들여진 듯 내 심신의 긴장을 풀어 주었다. 마치 헤어진 후에도 사랑하던 연인에게서 습관처럼 길들여졌던 손길을 놓을 수 없는 것처럼....-28쪽

카페 안의 풍경을 가만히 보면 같은 공간에 서로 다른 이야기들이 진행된다. 하지만 그 누구도 그들의 이야기를 방해하거나 엿듣지 않는다. 그들이 카페에서 보낸 시간이 훗날 인생의 변화를 줄 수도 있다. 그래서 카페는 새로운 만남이 있고, 헤어짐이 있고, 나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여행지와도 같다. 오스트리아 작가 알텐베르크가 카페에 대해 한 말중 이런 문구가 있다. "고민이 있으면 카페로 가자." 일상 속에서 존재하는 수많은 고민들, 오늘 하루만큼은 [카페 모넬린]에서 잠시 잊어버릴 수 있었다. -138쪽

가끔은 혼자이고 싶을 때가 있다. 무언가 고민이 있거나 머릿속이 복잡해서가 아니다. 공간의 침묵 속에서 차 한잔 마시면서 아무런 생각도 하지 않은 채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시간을 느끼고 싶다. 특별한 이유는 없다. 그냥 느끼고 싶을 뿐. 다만 그런 시간이 나의 마음을 더 편안하게 해준다는 걸 알고 있다는 게 이유라면 이유일 것이다. 한적한 골목길에 소리없이 자리한 [머쉬룸]은 그런 시간을 보내기에 더없이 좋은 카페일지도 모른다. 그만큼 혼자 와서 즐기기에 전혀 어색하지 않고 멋스럽게 차를 마실 수 있는 공간이기에 더욱 나만의 아지트로 삼고 싶다. -195쪽

2층으로 되어있는 이곳은 마치 옛날 초등학교 교실에 온 듯한 느낌을 준다. 추운 겨울 얼어붙은 손을 녹이던 난로. 짝꿍에게 넘어오지 말라며 선을 그었던 나무 책상, 그리고 가장 친근했던 나무의자가 그때 그 시절을 추억하게 만든다. 지금은 세월이 많이 흘러 희미한 옛 기억으로 남아있지만 가끔은 그 시절이 그리울 때가 있다. 꺄르르 웃으면서도 왜 웃는지 이유를 잘 모를 만큼 모든 게 마냥 즐겁기만 하던 어린시절, 이젠 성인이 된 지금, 그때만큼의 엔돌핀 넘치던 즐거움을 느끼는 게 어렵다. 세상이란 현실 앞에 너무 커버린 것일까? 그래서 즐거움에 이유를 찾는 것일까? 하지만 이곳은 심상치 않다. 어린 시절 느꼈던 즐거움이 되살아난 것 같다. 차를 마시는 사람들도 커피를 만드는 사람들도 모두 즐겁다. 웃음이 넘쳐나는 [가배나루]사람들. 뭐가 그리도 즐거울까? 유리창가 자리에 앉아 즐겁게 일하는 그분들을 한동안 쳐다봤다. 왠지 그분들을 보면 입가에 저절로 미소가 나온다. -24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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