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의 목소리
대니얼 고틀립 지음, 정신아 옮김 / 문학동네 / 2011년 6월
절판


감정적으로 '떠나보낸다는 것'은 이별이나 포기, 고독과 비슷한 개념이다. 떠나보내는 것이 그렇게도 고통스럽고 불안한 이유도 그 때문이다. 우리가 떠나보내는 것을 애써 피하려는 이유도 마찬가지이다. 우리가 정말로 외면하고 싶은 건 이별에 따르는 근심과 두려움인 것이다. -67쪽

나는 부모를 이해하고 그들의 감정을 인정하는 것이 우리에게 지워진 책임이라고 생각한다. 부모는 무기력과 허약함, 혼란, 불가항력, 노여움, 실망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은 그저 느낌일 따름이다. 그들에게 그런 감정을 안전하게 느끼게 해줄 최선의 방법은 바로 그 감정을 이해해주는 것이다. 그래야 그들과 이야기할 때 그들이 무엇을 느끼는지 분명하게 헤아릴 수 있다. -87쪽

우리가 비밀을 함께 나눈다는 것, 즉 상처받기 쉬운 우리의 내면을 함께 나눈다는 것은 상대방이 우리의 결점과 불완전함을 볼 수 있도록 허락해 주는 행위이다. -134쪽

결혼생활이 무르익을수록 당신은 자신이 사랑하는 것은 '그 사람'이지 사랑의 느낌이나 사랑하고 있을 때의 편안함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또 하나, 당신은 그 사람을 변화시키고 싶지 않을 것이다. 배우자가 더 건강하거나 더 행복하길, 혹은 덜 우울한 사람이 되길 바라지 않을 것이다. 즉 당신이 결혼한 그 사람에게 뭔가를 더하는 것도, 뭔가를 빼앗는 것도 원치 않을 것이다. -181쪽

나는 우리가 아이들에게 솔직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솔직하지 않으면서 아이들에게 안정감을 강요할 때 불안은 시작된다. 우리가 두려움이나 낙담, 연약함을 감추려 한다면, 아이들은 그것을 알아차리고 우리를 돌보려 할 것이다. 우리는 아이들을 핑계로 우리의 나약함을 감추지 않아도 될 만큼 강해질 수 있다. 만약 스스로에게 나약함과 두려움을 털어놓는 힘을 보여줄 수 있다면 아이들은 그 안에서 안전함을 느낄 것이다. 그리고 우리의 두려움도 더는 아이들을 위협하지 못할 것이다. -238쪽

우리는 자신의 잣대에 맞춰 다른 사람의 가능성을 가늠하려 하낟. 부모의 입장이 되었을 때도 더더욱 그렇다. 우리는 아이들의 잠재력을 있는 그대로가 아니라 우리가 욕망하는 대로 내다본다. 마찬가지로 우리도 내 능력의 최대치가 어느 정도인지를 부모님에게 가늠받는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의 '잠재력'이 어디에서 시작하고 또 어디에서 끝나는지 스스로 판단 할 길이 없다. 선생님이 "너는 잠재력이 무궁무진한 아이잖니"라고 얘기 해줬을 때 나는 뭘 어떻게 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했다. 그게 무슨 뜻일까? 선생님은 내게 뭘 말씀하고 싶으셨던 갈까?-313쪽

우리는 경청하는 법을 제대로 배운 적이 없다. 걷잡을 수 없이 분노가 치밀 때는 화를 누그러뜨리려고 애쓰는 대신 그 분노에 귀 기울여야 한다. 대체 무엇 때문에 이렇게 화가 난 걸까? 공격받았다는 느낌인가? 아니면 누가 봐도 명백한 공격인가? 그렇다면 나는 무엇 때문에 공격당하는 것일까? 낙담했을 때도 마찬가지다. 도대체 이 우울은 어디서 오는 걸까? 미처 애도하지 못한 상실의 아픔 때문일 수도 있다. 무작정 우울을 떨치려고만 하지 말고, 잊고 있었던 상실의 아픔을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 인격의 일부가 맘에 들지 않는다고 해서 그것을 몰아낼 수는 없다. -329쪽

"뭔가 더 이루면, 이것만 마치면, 화를 덜 내게 되면 나를 사랑해야지"라고 얘기해서는 안 된다. 만약이란 가정은 없다! 우리가 부모님께 받고 싶은 사랑은 그런 것이 아니다. 그리고 자기 자신에게 받고 싶은 사랑도 그런 것이 아니다. 우리는 자신을 무조건적으로 사랑하고 아껴줘야 한다. 그러려면 스스로 할 수 있고, 되어야 하고, 그래야 마땅한 많은 소망과 환상 그리고 꿈을 포기해야 한다. 우리는 지금 당장 자신과 화해해야 한다. -339쪽

누군가가 내게 보낸 신뢰를 느낄 때, 누군가의 사랑과 존중을 느낄 때 나는 내 자신이 치유된다는 걸 안다. 누군가 내게 "당신이란 사람이 있어서, 곁에 있어줘서 고마워요"라고 말해주는 것이 치유이다. 누군가 내 어깨를 토닥이고 손을 잡아주는 것, 그것이 치유이다. 경험상, 옆에 있어주는 것은 그 어떤 말보다 더 큰 치유가 된다. -34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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