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긋불긋한 나뭇잎들이 바람에 날린다. 20년 동안 뉴욕의 가난한 작가와 런던 채링크로스 84번지에 위치한 마크스 서점상이 주고 받은 편지를 읽었다. 기다림과 절실함이 묻어나는 소포에서, 막 튀어나온 책을 받자마자 펼쳐든 여작가의 마음과 아울러 원하는 책을 깔끔하고 아름답게 보내주고, 필요한지 기다려주는 훈훈한 고서적상의 인정, 책을 통한 서로의 소소한 일상과 우정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 책이 있었기 때문이다. 바람이 마음까지 불어오면, 못부친 편지들이 기억난다. 요즘도 편지쓰는 사람이 있을까. 까마득한 기억이다.     

"프랭크 도엘 씨, 거기서 뭐 하고 있는 거예요? 우두커니 앉아 빈둥거리고 있나요? 리 헌트는 어디 있어요? 옥스퍼드 운문은요? 불가타 성서와 귀여운 바보 존 헨리는 또 어디 있고요? 이 책들이 사순절 독서로는 그만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아무것도 보내주지 않는군요.(p22)", "나무늘보씨, 당신이 뭐든 읽을 것을 보내주기 전에 여기서 썩어 죽을지도 모르겠어요.(p73)", "친애하는 헬렌, 마음의 준비, 단단히 하세요. 지난 편지에서 요청한 세권이 일제히 당신한테 가고 있습니다.(p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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