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은 몸으로 말을 한다 - 과학과 종교를 유혹한 심신 의학의 문화사
앤 해링턴 지음, 조윤경 옮김 / 살림 / 2009년 2월
품절


그러나 역사적으로 사람들은 언제나 질병이 안겨주는 고통의 의미를 납득하려 애썼다. 서양의 문화사 속에는 종교, 도덕, 사회를 다룬 엄청나게 많은 이야기가 존재하며, 환자들은 이 이야기를 통해 '왜'라는 중대한 질문의 답을 얻고, 자신의 경험을 연결하여 자기 자신과 자신의 운명을 더 잘 이해해왔다. 전통적으로 어떤 질병은 죄가 원인으로 지목되기도 했고, 질병을 통해 그 사람의 인생을 바꾸려는 신의 메시지가 담겨 있기도 했다. 현대 물리주의 의학은 모든 종류의 질병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기는 하지만 지극히 일반적인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환자가 아니라 전적으로 질병에 대한 이야기이며, 여기에는 언제나 조직, 혈액, 생화학과 같은 전문 용어가 사용된다. -9-10쪽

우리 스스로에게 장난질을 하는 마음의 망령은 현실이 아닌 것을 경험하게 만든다. 이처럼 퇴마사에서 최면술사로 다시 스벤갈리로 이어지며 암시를 통해 사람들을 조종하고 속이는 망령은 지금도 인간의 상상력을 강하게 장악하고 있다. 이러한 망령을 만들어내는 사람들은 통합 의학, 대체 의학, 그리고 심신요법과 별 관계가 없다. 심지어 이들은 마음과 몸의 연관성을 믿지 않는다. 또한 환자에게 실제로 도움을 주는 방법, 즉 무의식 속의 트라우마를 드러내는 긍정적인 기원을 담은 만트라, 명상, 서포트 그룹, 심리요법도 모두 믿지 않는다. 그러나 이러한 사람들일지라도 암시의 존재는 믿는다. 암시의 본질은 심신요법이 아니라 돌팔이 의사의 가짜 치료법이기 때문이다. -73-74쪽

저명한 문화비평가 수잔 손택(Susan Sontag)은 1970년대에 암이 발병했다. 막상 자신이 암에 걸리고 보니 감정적으로 억압된 사람들이 암에 걸린다는 낡은 정신분석학적 믿음이 아직도 대중 속에 만연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녀는 이 사실에 기겁했고, 이것이 터무니없는 생각이라고 못 박았다. 또한 사람들은 결핵에 잘 걸리는 특정한 성격 유형이 있다고 믿곤 했다. 이런 믿음은 현대 의학에 의해 결핵이 박테리아 때문에 발병한다는 사실이 발견될 때까지 이어졌다. 아직 정확한 발병 원인을 밝혀내지 못했지만 암의 경우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손택은 영향력 있는 책 [은유로서의 질병(Illness as Metaphor)]에서 단호하게 말했다. "질병은 은유가 아니다. 질병을 바라보는 가장 진실한 방법이자 가장 건강하게 질병을 앓는 방법은 은유적 사고를 가장 많이 걸러내는 것이며 대부분은 이에 거부감을 느낀다."-119쪽

"플라시보와 관련한 논쟁이 수그러들지 않는다는 것음 무슨 의미일까?" "오늘날 인간은 왜 그토록 긍정적인 사고의 마법에 대한 낡은 관심을 플라시보라는 마술에 대한 새로운 관심으로 바꾸고 싶어 하는 것일까?" 그 한 가지 해답은 그렇게 하면 긍정적인 사고와 자기치료에 대한 우리의 믿음을 실험실, 역학연구 등 믿을 수 있는 데이터를 통해 지지할 수 있다는 데 있다. 비록 뇌 촬영기술을 사용해서라도 긍정적임과 플라시보를 연결함으로써 우리는 실험을 통해 믿음의 치료 효과를 연구할 수 있는 새로운 길을 모색할 수 있게 되었다. -173쪽

세상에 의해 각 개인마다 주어지는 스트레스의 절대적인 양보다 개인이 세상에 얼마나 효율적으로 대처하느냐는 기능으로 재정의할 경우 새로운 의문이 발생했다. 특정 유형의 사람들은 삶의 도전에 대한 적응 능력이 평균보다 못할 수 있지 않을까? 즉, 스스로에게 스트레스를 주어 건강을 해치는 성격도 있지 않을까?-207쪽

사회적 지원이 완충제라면 비축해두었다가 언제든, 특히 스트레스를 받았을 때 꺼내 사용할 수 있어야 했다. 그러나 사회적 지원이 정보라면 사실상 의식적으로 믿는 것에 불과하며, 이 경우 누군가 진짜 사랑받고 존중받았는지의 여부나 다른 사람들과 실제로 교제를 하는지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정작 문제가 되는 것은 오로지 개인의 주관적인 믿음이다. 그리고 바로 이러한 관점이 '인지적 사회적 지원'이 된다. -239-240쪽

"사랑과 친밀감음 건강과 질병에 가장 막대한 영향을 끼치는 요소이다. 내가 아는 한 식습관, 흡연, 운동, 스트레스, 유전, 약물, 수술 등 그 어떤 의학적 요소도 삶의 질, 질병의 발생, 질병으로 인한 모든 조기 사망에 사랑만큼 지대한 영향을 끼치지는 못한다."-252-253쪽

[사랑, 의학, 그리고 기적]의 저자이자 암 전문 외과의 버니시겔의 말

나는 결국 모든 질병은 충분한 애정을 받지 못하거나 조건부 사랑만을 받은 사람의 면역계가 지치고 우울해져 몸이 약해지기 때문에 생긴다고 생각한다. 또한 모든 치유는 무조건적인 사랑을 주고받을 수 있는 능력과 관련이 있다고 생각하낟. 내가 생각하는 진실은 사랑이 병을 치유한다는 것이다. -255쪽

하지만 희망은 있다. 사회의 잘못을 우리 스스로 고치는 일은 고사하고 우리를 괴롭히는 것조차 바로잡을 수 없을지라도 이런 일을 해내는 '다른 사람들'이 있으니 말이다.
'다른 사람들'이 누구인지 궁금한가? 이 기사에 따르면 이들은 동쪽에서 왔으며 서쪽에 사는 사람들이 지니지 않은 면을 모두 갖춘 사람들이다. 우리는 현대적이지만 그들은 여전히 고대의 전통과 맞닿아 있다. 우리는 스트레스 때문에 곤경에 처하고 긴장하지만 이들은 일부러 유도한 평정과 명상을 바탕으로 현명하게 말하고 행동한다. 우리의 의학은 공격적이고 마치 고장 난 기계처럼 인간의 몸을 치료한다. 그러나 이들의 의학은 부드럽고 인간을 몸과 마음 모두를 지닌 통합체로 인식하여 환자가 받는 고통을 가늠한 뒤 치료방법을 선택한다. 우리는 마음과 몸이 별개라는 생각을 끈질기게 고수하는 반면 이들은 마음과 몸이 서로 어디까지 밀접하게 작용하는지 이해하고, 이 지식을 독특하고도 효과적인 치유법으로 변환하는 방법을 찾았다. 놀랍게도 해결책은 간단하다. 이들을 통해 가르침을 얻는 방법을 배우고, 그 과정에서 우리 스스로를 치유할 방법을 발견하면 된다. -27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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