갓난아기의 울음만큼 남녀의 감정은 해석하기 힘들고 소통하기 까다롭다. 내 속에 내가 너무도 많아 하루에도 오만 가지 생각으로 널을 뛰고, 자아가 수백 개로 분열하는 판에 타인을 하나의 잣대로 재단한다는 것 자체가 오만일지도 모른다. 화성에 본가를 둔 남자를 금성이 친정인 여자가 어찌 다 이해할 수 있겠는가.-33쪽
어른이라면 마땅히 가져야만 하는 정신의 깊이는 고통과 슬픔 속에서만 드러나기 때문이다. 이별이나 죽음과 같은 절대적 슬픔 앞에서만 삶은 자신의 절대적 가치를 드러내기 때문이다.-112쪽
왜냐하면 삶이란 결론이 아니라 하나의 과정이며,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넘어진 곳에서 다시 일어나는 것과 새롭게 출발을 시도하는 것밖에 없으니까. 일상의 현실을 초월할 길은 오직 쉼 없이 삶을 향해 꿈틀거리며 나아가는 길밖에 없으니까. 유토피아란 실존 너머에 있는 것이 아니라 매 순간의 절박한 종말과 한계를 느낄 때 꿈꾸는 지향성이니까. 불가능이 있어야 가능을 강렬하게 욕망하니까. 타락한 기존 언어에 대한 절망이 있어야 새로운 언어를 갈구하니까. -172쪽
원래 텔레비전 자체가 시청자들의 집중력을 불안정하게 만들기 때문에. 그러니까 넌더리 날 만큼 이미지로 사람들을 자극해대 곧 싫증 나도록 만들기 때문에. 텔레비전에 나오는 이미지는 사람들을 무감각하게 만들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런 이미지가 마구 범람하게 된다면 사람들의 주의력은 변덕스러워지고, 이곳저곳으로 흩어지며, 내용 자체에는 상대적으로 별 관심을 안 기울이게 된다. 즉, 이미지 자체가 흘러넘치면, 특권적인 이미지는 존재할 수 없게 된어버리는 것이다. 채널을 돌리도록 만드는 것, 끊임없이 채널을 돌리게 해 잠시도 쉬지 못하게 만들며, 결국에는 따분해지게 되는 것이 당연해지도록 만드는 것. 그것이 바로 텔레비전의 핵심이다. -[타인의 고통], 157쪽-212-213쪽
이데올로기적 맹신이나 악독한 동기가 한 인간을 악마로 만들기도 하지만, 아무 생각없음, 즉 무사유야말로 악마적인 심연에 쉽게 빠져들게 하는 것임을 한나 아렌트는 통찰했다. 악이 평범하다고? 그녀는 악은 절대 평범하지 않다고 말하낟. 다만 악한 일을 행한 인간이 '평범할 수'있다는 사실, '우리 안에 아이히만'이 존재한다는 진실, 악을 행할 수 있는 인간의 '가능성'에 대해 숙고해야만 한다는 것이다. -244쪽
같이 살되 홀로 존재하기. 함께하되 책임지지 않기. 한 번도 상처 받지 않는 것처럼 다시 사랑하고 그것도 모자라면 여러 번 사랑하기. 세월이 흐르면 식고야 마는 사랑의 중력 법칙을 거부하기. 서로에게 내재하면서 필사적으로 초월하기. 두 개의 존재로서 하나 되기. 둘 사이에 파고드는 어던 타자의 사랑도 마다하지 않기. 너 아니면 안 된다는 온리 원Only One의 사랑보다 너에게만 언제나 넘버원No.1인 사랑을 하기. 계약 기간이 끝나면 다시 연장하기. -25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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