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읽는 국어책 - 고등학교
지식공작소 편집부 엮음 / 지식공작소 / 200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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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일곱의 맑은 눈으로 읽어 내렸던 시와 산문들. 국어 책은 우리에게 사람과 세상이 무엇인지 알게 해주었습니다. 한 인간이 자신을 어떻게 말할 수 있는 것인지, 세상은 어떻게 보아야 하는 것인지, 사람은 사람과 어떻게 만나고 헤어지게 되는 것인지를 알려주었습니다. 자연과 대화하는 방법과 별을 부르는 이름과 역사를 다시 경험하는 술법에 대해 우리는 배울 수 있었습니다. 바람과 나뭇잎이 만나면 여름이 되고 매화와 백설이 마주치면 지조가 되며 소녀와 비가 만나면 추억이 된다는 것을 우리는 이 흔하디 흔했던 책을 통해 알게 되었습니다. -3-4쪽

우리의 국토(國土)는 그대로 우리의 역사(歷史)이며, 철학(哲學)이며, 시(詩)이며, 정신(精神)입니다. 문학(文學) 아닌 채 가장 명료(明瞭)하고 정확(正確)하고, 또 재미있는 기록(記錄)입니다. 우리 마음의 그림자와 생활의 자취는 고스란히 똑똑히 이 국토 위에 박혀서, 어떠한 풍우(風雨)라도 마멸(磨滅)시키지 못한다는 것을 나는 믿습니다.

-최남선 '국토예찬'-68쪽

우리 주위에는 총총한 별들이 마치 헤아릴 수 없이 거대한 양 떼처럼 고분고분하게 고요히 그들의 운행을 계속하고 있었읍니다. 그리고, 이따금 이런 생각이 내 머리를 스치곤 했읍니다.-저 숱한 별들 중에 가장 가냘프고 가장 빛나는 별님 하나가 그만 길을 잃고 내 어깨에 내려앉아 고이 잠들어 있노라고.

-알퐁스 도데 '별'-144쪽

낙엽 타는 냄새같이 좋은 것이 있을까?

-이효석 '낙엽을 태우면서'-163쪽

달에는
은도끼로 찍어 낼
계수나무가 박혀 있다는
할머니의 말씀이
영원(永遠)히 아름다운 진리(眞理)임을
오늘도 믿으며 살고 싶습니다.

-정한모 '가을에'-169쪽

요하(遼河)가 어찌하여 울지 않았을 것인가? 그건 밤에 건너지 않았기 때문이다. 낮에는 눈으로 물을 볼 수 있으므로 그 위험한 곳을 보고 있는 눈에만 온 정신이 팔려 오히려 눈이 있는 것을 걱정해야만 할 판에, 무슨 소리가 귀에 들어온다는 말인가? 그런데, 이젠 전과는 반대로 밤중에 물을 건너지, 눈엔 위험한 광경(光景)이 보이지 않고, 오직 귀로만 위험한 느낌이 쏠려, 귀로 듣는 것이 무서워서 견딜 수 없는 것이다.

-박지원 '물'-185쪽

그리워하는데도 한 번 만나고도 못 만나게 되기도 하고, 일생을 못 잊으면서도 아니 만나고 살기도 한다. 아사코와 나는 세 번 만났다. 세 번째는 아니 만났어야 좋았을 것이다.

-피천득 '인연(因緣)'-24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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