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년, 놓쳐서는 안 될 아까운 책 - 전문가 46인이 뽑은 이 시대의 숨은 명저들 아까운 책 시리즈 1
강수돌.강신익.강신주 등저 / 부키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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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개인은 평생 자신이 진정한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가르침을 줄 스승을 직접 찾아 나서야 합니다. 그런 스승을 통해 언제 어디서나 중요한 사안이 발생할 때마다 문제를 해결할 지식을 생산할 수 있어야 합니다. 지금 그만한 스승으로는 책만큼 소중한 것이 없습니다. 이미 상상력이 구현된 영상 미디어로는 도저히 불가능한 일입니다. 오로지 책입니다. 그러니 우리는 이제 책에서 평생을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지혜를 찾아내 자신의 역량으로 키워 나가야 합니다.-10쪽

글을 쓰다 보면 어쩔 수 없이 지식을 자랑하기에 급급해지는 순간이나 자기가 쓴 문장에 도취되는 노예가 되는 순간이 온다. 이런 글들에는 "있어도 괜찮을 말을 두는 너그러움보다 없어도 좋을 말을 기어이 찾아내어 없애는 신경질이 글쓰기에선 미덕이 된다."라는 이태준의 말이 효과적인 처방전이다. 역사가 짧으니 아직은 그 아비에 그 자식만이 태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평론의 역사에서 배울 것이 없다면, 가장 기본적인 글쓰기 공부를 부단히 하는 것이 옳다. 한국어로 소통 가능한 의미 있는 글을 쓰고 싶다면 부단히 공부를 해야 한다. 이태준은 "글은 들려주고 알려 주고 보여 주고 이 세 가지를 한다."라고 말한다. -54-55쪽

삶에서 중요한 것은 지금 하는 일에 살아 있다는 느낌을 가질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123쪽

나는 누구인가? 남과 다름으로 나는 나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그렇지만 동시에 남들이 하는 것을 따라 해야 할 때도 있다. 그래야 실수를 하지 않고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다. 남과 같아지는 순응, 남과 달라지는 차이 내기, 그 둘 사이의 타협점이 한 사람의 개성이 탄생하는 지점이다. 또 동시에 한 사람의 개체 입장에서 볼 때 타고난 것과 환경을 접하면서 보고 듣고 경험한 것들이 서로 상호 작용을 경험하며 빚어낸 결과물도 또 개성이며 성격의 구조라고 할 수 있다. 영어로 개성을 'individual'이다. 더 이상 나눌 수 없는(in+divide) 오롯한 하나의 개체를 의미한다. 그렇다면 인간의 개성은 어떻게 만들어지는 것일까. 주디스 리치 해리스의 [개성의 탄생]은 이 물음을 집요하게 파고든다. -142쪽

강수돌 교수는 '배움'과 '연대', 그리고 '끈기'와 '유희'를 승리의 비결로 내세운다. "똑똑해져야 하고, 집단적으로 뭉쳐"야 하며, "눈앞의 흉물이나 진절머리 나는 일들에 대해서 유머와 위트, 농담과 익실로 넘기는 재치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개발의 탐욕과 맞선 싸움은 장기전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174쪽

인간이 말을 하는 이유는 뜻을 전달하기 위해서이다. 누군가가 화를 낸다면 그 이유가 무엇인지 묻는 것이 말을 하는 이유이다. 그래서 말은 '왜'의 세계이다. 왜 화가 났고, 왜 기쁘고, 왜 그것을 하고, 왜 재밌는지, 그 이유를 설명하기 위해 우리는 말을 한다. 그런데 요즘 아이들의 세계에는 이 '왜'가 파괴되어 있다. "왜?"라고 물으면 바로 같은 답이 돌아온다. "그냥요." 아니면 "재밌잖아요."이다. 무엇이, 왜 재밌는지를 다시 물으면 이번에는 아이들이 곤혹스러워한다. 그들은 오히려 '왜 이것을 설명해야 하는지' 그 이유를 찾지 못하고 이런 질문을 하는 사람을 짜증 가득한 눈으로 쳐다본다. 그들 말대로 가장 재수 없는 '꼰대'인 셈이다. 답답하고 미칠 노릇이다. 왜 그럴까? 일본의 은둔형 외톨이 전문의인 사이토 다마키가 쓴 [폐인과 동인녀의 정신 분석]은 아이들의 이러한 언어 생활에 대해 놀라운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들이 대화하는 목적은 뜻을 전달하기 위함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들은 서로 대화를 나누며 의미를 주고받는 것이 아니라 감정의 강도를 공유한다. '졸라'와 '씨바'를 연발할 때 중요한 것은 내가 얼마나 화가 났고 얼마나 재미있는지를-202-203쪽

드러내 옆에 있는 친구와 교감하는 것이지, 그것이 왜 재미있고 내가 왜 화가 났는지를 설명하는 것이 아니다. 그렇기에 '왜 그런지'를 묻는 어른들은 결단코 이들의 '동료'가 될 수 없다. 그래서 사이토는 이들의 소통은 강도(强度)의 파동을 전달하고 공유하는 '의식'이라고 말한다. -203쪽

이 책이 빼어난 것은 큰손과 좀도둑 개념으로 수천 년에 걸친 민주주의와 시장 경제의 발전 과정 및 조건을 일목요연하게 보여 줄 뿐 아니라, 무엇보다도 한국 민주주의와 시장 경제의 결정적인 취약성과 발전 조건을 명쾌하게 설명하고 있기 때문이다. 저자가 제공해 준 안경을 쓰고 한국 사회를 바라보면 온통 "천 원짜리 물건을 훔치기 위해 만 원짜리 유리창을 깨는" 좀도둑이 득실거리는 사회이다. 좀도둑의 선두에는 공동체 전체의 이익을 뒤로한 채, 자신의 단기적이고 협소한 이익을 추구하는 정치, 경제, 사회 지도자와 이익 집단이 있다.

*[큰손과 좀도둑의 정치경제학] 최윤재 지음. -232쪽

핸디는 돈이란 다다익선(多多益善), 즉 많을수록 좋은 것이 아니라 아리스토텔레스의 가르침처럼 어느 수준에서 '그만하면 충분한(enough)' 것이라고 보았다. 또 돈은 결코 성공의 상징도, 내가 포기한 삶의 보상도 될 수 없다고 말했다. 아울러 스스로 어느 정도가 충분한지 알지 못하면 결국 자발적으로 고용주의 노예가 되어 평생 타인의 우선순위에 복종하며 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하는 에우다이모니아(eudaimonia)의 삶, 즉 '자신이 가장 잘하는 일에 최선을 다하는 것을 행복으로 여기고 살 때' 진정 행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247-248쪽

인간의 몸은 사회적, 제의적, 은유적 실체이므로, 몸을 파편화 시켜 전체에서 탈맥락화하는 행위는 인간에 대한 사회적 가치를 평가 절하하고 개인의 믿음과 자율성을 포기하게 만든다. 지금처럼 '경제적 가치'에 경도되어 인간의 몸을 생명공학 시대의 금광처럼 바라보는 인식이 지속된다면, 머지않아 미래에 인간의 몸은 일종의 '화폐'가 되어 버릴 것이다. 타고난 유전적, 면역학적 특성에 따라 더 높은 화폐 가치를 지닌 사람들과 그렇지 못한 사람들이 구분되는 경우를 상상해 보라. -336-337쪽

이처럼 '이미지'로 포장된 가짜 현실 또는 가짜 사건이 문제가 되는 이유는 그것이 우리로 하여금 '진짜'에서 관심이 멀어지도록 만들기 때문이다. 진짜 현실이란 우리 삶의 실제 조건을 통해 파생되는 문제들, 예컨대 우리가 무슨 일을 해서 돈을 벌며, 먹는 것은 무엇이고, 어떤 과정을 거쳐 집을 장만하는가 하는 문제들이다. 그런데 가짜 현실은 정작 우리에게 중요한 문제, 즉 진짜 현실을 방치하도록 만든다. 우리에게 정말로 필요한 경험을 방해하고 우리가 정말로 알아야 할 가치 있는 정보를 습득하지 못하게 한다. 우리가 해결해야 할 모순을 망각하게 하고, 아무런 상관도 없는 문제에 집착하게 만든다. 이처럼 가짜에 집착하는 이유를 저자는 "우리는 세상이 우리에게 줄 수 있고 우리가 세상에서 얻을 수 있는 것 이상을 기대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이미지와 환상(The Image: A Guide to Pseudo-Events in America] 다니엘 부어스틴 지음. 정태철 옮김.-36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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