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을 볼 수 없을 만큼 비가 내리고, 천천히 돌아오는 길은 막막했지만, 대책없는 편안함과 괜찮겠지라는 안도감이 들었다. '구덩이'를 읽으면서, 이때껏 구덩이를 몇개나 팠을까. 아님 얼마나 많은 구덩이를 만났을까, 그때마다 구덩이는 무엇이었지라는 생각을 했다. 자의든 타의든 구덩이는 늘 있다. 구덩이 안에는 무엇이 있는지 아무도 모른다. 막연하게 눈만 크게 뜬다해서 피해지는 건 아니다. 그럼 어떡해야 하나? 아이들을 위해 부모가 구덩이를 메우거나 대신 파주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결국에는 자신이 해야 한다. 괜찮은 지인, 동료를 만나, 친구들, 부모, 선생님, 가족들로 그 많은 구덩이들이 한번 들어가볼 만하고 파볼만한 구덩이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여전히 구덩이 앞에 있다면, 누구나 불안하고 막막할거다. 우리가 스스로 파는 구덩이도 있다. 구덩이의 크기와 깊이는 보는 이에 따라 다르다. '잘못된 시간에 잘못된 장소(p16)'에 있어서 구덩이를 만날까. 어쩌면 우리가 만난 구덩이가 내 인생에서 가장 적절한 시간과 가장 좋은 장소일지는 아무도 모르리라. 누가 알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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