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이 도시에 남겨졌을까
김지수 지음 / 홍시 / 2011년 2월
절판


사랑하는 사람과 모여 함께 밥먹는 것이 '음식 정의'의 시작이다.-43쪽

냄새의 기억의 터널로 사람의 감정을 움직인다는 것은 과학계의 정설이다. 브라운대 심리학과 레이첼 헤르츠 교수는 "냄새에 의해 떠오른 기억은 시각적인 자극에 의한 것보다 그 기억을 상기하는 과정 동안 더 많은 감정을 느끼게 한다"고 말했다. 후각과 감정이 근본적으로 매우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는 얘기다. -83쪽

만약 사회가 복잡해질수록 상류가 명품과 고급 취향의 문화와 가문과 배타적인 주거 공동체 같은 고만고만한 것들을 동종 교배해 만들어진 스노비즘으로 전락한다면, 유일한 신종 우생학의 조건은 어쩌면 '베풀고 나누는 미덕'일지도 모르겠다. -92-93쪽

결혼식엔 주례사가 있고 장례식엔 조사가 있다. [강아지 똥]의 작가 고 권정생 선생의 유언장은 눈물 나게 웃기고 동화처럼 천진하여 모범이 될 만하다.
"죽으면 아픈 것도 슬픈 것도 외로운 것도 끝이다. 웃는 것도 화내는 것도, 그러니 용감하게 죽겠다. 만약에 죽은 뒤 다시 환생을 할 수 있다면 건강한 남자로 태어나고 싶다. 태어나서 스물다섯 살때 스물두 살이나 스물세 살쯤 되는 아가씨와 연애를 하고 싶다. 벌벌 떨지않고 잘할 것이다. 하지만 다시 환생했을 때도 세상엔 얼간이 같은 폭군 지도자가 있을 테고 여전히 전쟁을 할 지 모른다. 그렇다면 환생은 생각해봐서 그만둘 수도 있다."
아! 정신과 육체가 얼마만큼 한통속으로 발효되면 이토록 코믹한 유언장을 쓸 수 있을까? 유언장을 쓴 뒤 16일 지나서 그의 몸음 화장되었다. -109-110쪽

나는 삶이 여행처럼 느껴졌고, 내가 다니는 길에서 무슨 일이 생길까 호기심이 차올랐따. 낯선 사람에게 다가가 길을 묻고, 그들의 안내를 받으며 나는 '타인의 도움과 친절'로 살아간다는 관계의 이치를 체득했다. 그건 돈을 내고 당당하게 요구하던 레스토랑의 서비스와는 다르다. 최첨단 내비게이션의 전자 음성 대신, 사람들은 내 눈을 맞추고 손을 들어 그들의 경험적 계량을 예로 들어 설명했다.
현대의속도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걷기와 몸이 베푸는 혜택으로서의 걷기, 걷기의 육체성과 걷기의 정신성, 걷기의 개별성과 걷기의 개방성, 그리고 그 두쌍의 대립적 국면들이 서로 공존하면서, 몸은 활력과 생명을 되찾아갔다. -145쪽

'쿨한'이라는 형용사는 명확한 카테고리나 계급이 아니라, 자신을 바라보는 방식(나르시시즘), 타인과 관계 맺는 방식(역설적 초연), 인생을 즐기는 방식(쾌락주의)이기 때문에 유행이 변한다 해도 결코 사라지거나 조롱받을 염려가 없는 영원 불멸의 형용사인 것이다. -20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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