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키가 지금의 일본상황에서 바로 쓴 글같다. 글의 줄거리보다는 글자를 하나하나 눈으로 읽어나갔고, 간간히 느낌만 남아있다. 지진으로 시작하는 내용이라 읽게 되었다. 6개의 이야기는 제각각이지만 지진이라는 상징으로 연결되어 있다. 나와 무척 가까운 사람이 나와 전혀 관계없는 일로, 또는 자연현상으로, 나의 잘못이 아닌 일로, 내가 어찌 할 수 없는 일로 관계를 끊고자 한다면, 끊어진다면, 끊어졌다면...그러나 그런 일은 비일비재하다. 그러나 우리는 다시 일어나고 꿈을 꾸고 서로에게 손을 내밀어 힘이 되고자 한다. 다음과 같이... '도시를 폐허의 산더미로 바꾸어버리는 지진의 둥지가 있다. 그것들 역시 지구의 율동을 만들어내고 있는 사물들 가운데 하나인 것이다.(p110)' 그리고 '지금까지와는 다른 소설을 쓰자, 하고 준페이는 생각한다. 날이 새어 주위가 밝아지고, 그 빛 속에서 사랑하는 사람들을 꼭 껴안고, 누군가가 꿈꾸며 애타게 기다리고 있는 것 같은 그런 소설을. 하지만 지금은 우선 여기에 있으면서 두 여자를 지키지 않으면 안 된다. 상대가 누구든, 영문 모를 상자 속에 넣어지게 해선 안 된다. 설사 하늘이 무너져내린다고 해도, 대지가 소리를 내며 갈라진다고 해도(p235-236)'     

오랫만에 피아노를 쳤다. 아주 오랫만이라 어둔하다. 네개의 음표가 보이지 않고 두개만 보인다. 피아니스트가 되고 싶은 적이 있었다. 그러다 영어를 공부하고, 심리학, 특수교육, 상담을 공부했다. 요즘은 책만 읽는다. GBY자녀양육교실에 갔다. 아이를 위해 뭔가를 하고 싶다. 적어도 위안이라도 받고 싶다. 그런데 조별활동을 하는데 말도 안되는 소리를 하면서 잘난체 하는 이가 있다. 그냥 듣기만 해도 되는데... 마치고는 파주프리미엄아울렛으로 달렸다. 도로가 주차장이다... 지나쳐서 임진각까지 봄바람에 실려 갔다. 따사로운 햇살과 얕은 갯벌을 갖고 있는 서해안을 따라 그냥 오가는 길이 좋았다. 그야말로 자유로다. 장단콩으로 만든 초콜렛을 먹으면서 조금 걸었다. 이곳까지 사람들이 많다. 놀이동산까지 있다. 뭔가가 어울리지 않는 듯한... 무관하리라고 생각한 관계없는 일들이 관계있는 일들로 되어있다. 임진각, 서울, 일본, 파주프리미엄아울렛, 전혀 다르지만 연결되어 있다.         

 ps) 지진이 일어난 지 닷새 후에 고무라의 아내가 집을 나가면서 남긴 편지가 내내 마음에 머물었다. "문제는 당신이 내게 아무것도 주지 않는다는 거에요. 좀 더 정확히 말하면, 당신의 내부에는 나에게 주어야 할 게 아무것도 없단 말이에요. 당신은 다정하고 친절하고 멋있지만, 당신과의 생활은 마치 공기 덩어리와 함께 살고 있는 것 같아요. 하지만 그것은 물론 당신 한 사람의 책임만은 아니에요...(p17)"  아내의 행동을 그저 관찰만 하고 자신의 불편함이 있지만 그저 가만히 있어 주는 것만으로 상대를 위했다고 생각하는...관계있는 것은 그사람이 진짜로 원하는 게 무엇인지를 알려고 애쓰는 게 아닐까. 그사람이 무엇을 보고 있으며 무엇때문에 그렇게 가만히 있을까를 최소한 고민정도는 해보야 되지 않을까. 지루하고 지리하지만 관계의 끈을 붙잡고 인내하며 지속적으로 그녀, 그를 보는 것이 필요하리라. 무늬만의 관계 생각하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