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의 해석
제드 러벤펠드 지음, 박현주 옮김 / 비채 / 2007년 2월
품절


행복에 있어서 수수께끼란 없다. 불행한 이들은 모두 똑같다. 오래전부터 그들을 괴롭혀온 상처와 거절된 소원, 자존심을 짓밟힌 마음의 상처가 불길처럼 활활 타오르다가 경멸로 인해, 더 심각하게는 무관심으로 인해 꺼져버린 사랑의 재가 되어 불행한 이들에게 달라붙어 있다. 아니, 그들이 이런 것들에 달라붙어 있다. 그리하여 불행한 이들은 수의처럼 자신들을 감싸는 과거의 그림자 속에서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행복한 이는 뒤돌아보지 않는다. 앞을 바라보지도 않고, 다만 현재를 산다.-9쪽

사람의 욕망은 언제나 다른 사람의 욕망을 갈망하는 데서 시작된다. -287쪽

"알겠네. 그렇다면 환자의 신경증 원인은 무엇인가?" "현재 겪고 있는 갈등이겠죠. 그게 무엇이든 신경증 환자가 인정하고 싶지 않은 욕망, 환자 자신이 직면해야만 하는 삶의 과업이 원인입니다."-353쪽

모든 감정은 고통스럽다. 이런 식으로든 저런 식으로든. 가장 큰 기쁨도 마음을 찌르는 가시이고, 사랑-사랑은 영혼의 위기다. -388쪽

햄릿은 연극, 곧 보이는 것의 영역에 빠져듭니다. 햄릿에게 '있을 것이냐 있지 않을 것이냐(to be or not to be)'는 '존재하느냐, 존재하지 않느냐'의 의미가 아니었어요. '그대로 있을 것이냐, 아니면 그렇게 보일 것이냐(to be or to seem)'를 뜻하죠. 그게 햄릿이 해야 할 결정입니다. '보이는 것'은 행동하는 겁니다. 거짓으로 꾸미고 배역을 연기하고, 이게 햄릿의 모든 문제, 모든 이의 코앞에 놓인 문제에 대한 해결책입니다. 있지 않음은 가장이 되고, 가장은 행동이 되는 거죠. 그러므로 '있음(to be)'은 '행동하지 않음(not to be)'이 됩니다. 여기서 햄릿의 마비가 옵니다! 햄릿은 겉으로 그렇게 보이지 않기로 결심했고, 그건 행동하지 않음을 뜻하죠. 햄릿이 그 결심을 지킨다면 다시 말해 그냥 있기로 결심한다면 행동해선 안 되죠. 하지만 그가 팔을 걷어붙이고 아버지의 죽음에 복수하기로 한다며 행동해야 합니다. 그때는 실재보다 가장을 선택해야만 하죠."-441쪽

모든 가정생활은 심리적인 손상이 가장 큰 사람을 중심으로 조직되게 마련이지.-455쪽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는 진짜지만, 그 모든 서술부의 주어는 아이가 아니라 부모였다. 아이가 자라남에 따라 콤플렉스는 더 심해진다. 딸은 곧 어머니가 저항하지 않을 수 없는 젊음과 미모를 갖추고 대적하게 된다. 아들은 결국 아버지를 따라잡게 되고, 아들이 커감에 따라 아버지는 자신을 밟고 지나가는 세대교체의 거센 물결을 실감하게 된다. 하지만 어느 부모가 자기 자신을 살해하고자 하는 욕망을 드러내놓고 말하겠는가? 어느 아버지가 자기 아들을 질투한다고 인정하겠는가? 그러므로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는 아이들에게 투영된다. 오이디푸스의 아버지 귀에 들리는 목소리는, 바로 자신이 아들에게 은밀한 살해 욕망을 품은 게 아니라, 오이디푸스가 어머니를 갈망하고 아버지의 죽음을 꾀하고 있다고 속삭인다. 이 질투가 더 강렬해질수록 부모는 아이에게 대항해 더 파괴적으로 행동하게 되고, 결국 아이들이 자신들을 적으로 보고 달려들게끔 만든다. 그들이 두려워하던 상황이 이제 현실이 되는 것이다. 오이디푸스 자체가 그렇게 하도록 가르친다. 프로이트 박사는 오이디푸스를 오독했다. 오이디푸스의 욕망은 아이의 마음속이 아니라 부모의 마음속에 있었다-47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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