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이 따뜻하다. 툇마루대신 벤치에 앉아 봄바람을 맞았다. 이곳이 병산서원 만대루라면, 영호루누각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커피, 아이스크림, 초콜렛을 먹으며 조잘조잘, 소근소근 더 바랄 게 없었다.
이덕무산문은 어렵기도 하다. 각주를 찾느라 책장을 계속 뒤적였다. 각주를 페이지 아래에 적어줬다면 더 좋았을 걸 하는 생각이 계속 들었다. 그리고 간간히 한문이 빠져 있는 이유는 모르겠다. 아는 만큼 읽었다. 그 시절 그 많은 책들을 어떻게 구해서 읽고 베꼈을까. 궁하면 통하고, 간절히 바라면 이루어지는 걸까. 오로지 책읽기에만 전념했던 간서치, 이덕무의 글은 맑다. 그의 품성은 더 맑다.
봄, 지하철 안이 덥다. 사람들에게서 봄내음이 나는 거 같다. 울긋불긋 등산복이 봄꽃같다. 무늬는 봄이다.
사람들과의 관계 맺기가 나의 숙제다. 숙제를 제때에 마치지 못하고 계속 밀린다. '참잘했어요!' 도장을 받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