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에 미친 바보 - 이덕무 산문선
이덕무 지음, 권정원 옮김 / 미다스북스 / 2004년 2월
구판절판


이덕무李德懋는 1741년 6월 11일, 부친 성호와 모친 반남박씨 사이에서 2남 2녀의 장남으로 태어났다. 그는 정종의 아들인 무림군 소이공의 후예로 왕족 출신이지만, 부친이 서자였으므로 사회적으로 소외될 수밖에 없었다. 더구나 운명처럼 따라다니던 가난과 병마는 그를 내성적인 인간형으로 만들었다. 때문에 이덕무는 세상과 어울려 세속적인 영화를 바라기보다는 자신의 내면의 가치와 행복을 추구하고자 노력했는데, 그 최선이 방책이 바로 독서였다. 그는 일생 동안 오직 책을 대하는 일에 전념했기에, 평생 읽은 책이 이만 권이 넘고 스스로 베껴둔 책도 수백 권에 이른다.
-20쪽

책을 읽지 않는다면, 작게는 정신 없이 잠자거나 바둑이나 장기를 두게 되고, 크게는 남을 비방하거나 돈벌이와 여색에 힘쓰게 된다. 아아! 그러니 나는 무엇을 할 것인가? 책을 읽을 수밖에.-47-48쪽

마음에 맞는 시절에 마음에 맞는 벗과 만나 마음에 맞는 말을 나누며 마음에 맞는 시문을 읽는 것. 이것이야말로 더할 나이 없는 즐거움이다. 그러나 어째서 그런 지극한 즐거움은 드문 것인가? 이러한 즐거움은 일생에 단지 몇 번 찾아올 뿐이다. -118쪽

인내로 노여움을 제어할 수 있다면 무슨 일인들 실패하랴! 부지런함으로 게으름을 이길 수 있다면 무슨 일인들 이루지 못하랴! 간결함으로 번거로움을 누르고 고요함으로 흔들림을 막을 수 있다. 이 밀을 평생 동안 마음에 새겨 잊지 말아야 한다. 왜냐하면 이것이 바로 '마음을 바로 잡는 공부'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군자는 말이 간결하고 마음이 안정된 것이다. 옛사람을 배울 때에는 오직 실천하는 것을 최선의 공부로 삼아야 한다. -174쪽

호굉胡宏은 "학문이란 해박해야 하고 잡스럽지 아니하며, 요약해야 하고 비루해서는 안 된다"고 하였다. 여기서 '해박'과 '요약' 두 글자는 '잡됨'과 '비루함'에 치우친 폐단을 각각 막을 수 있게 하므로 배우는 사람은 늘 이 말을 외우고 있어야 한다. -189쪽

때마침 오던 비가 개니, 3월의 푸른 시내에 햇빛은 화사하고 복숭아꽃 붉은 물결은 언덕에 넘쳐흐른다. 오색의 작은 붕어들은 그 지느러미를 세차게 움직일 수 없어서 마름 풀 사이를 헤엄치는데, 거꾸로 서기도 하고 옆으로 뒤집기도 하다가 주둥이를 물결 위로 내 놓고 아가미를 벌름거린다. 진기眞機의 지극함이 샘이 날 만큼 상쾌하고 편안하다. 따스한 모래는 깨끗하고 온갖 물새들은 둘씩 넷씩 짝을 지어 비단 같은 바위 위에 앉기도 하고, 꽃 같은 풀 위에서 지저귀기도 하고, 깃을 씻기도 하고, 모래로 목욕하기도 하고, 물에 그림자를 비춰보기도 한다. 자연 그대로의 평화로운 모습이 절로 사랑스러우니, 요순시대의 모습과 다를 것이 없다. 이것을 보고 있으면 내 웃음 속에 감춰둔 날카로운 칼과 마음속에 쌓아둔 만 개의 화살, 그리고 가슴속에 숨겨둔 서 말의 가시가 한번에 깨끗이 사라져 한 가닥도 남지 않는다. 항상 나의 생각을 3월의 복숭아꽃 물결이 되게 하면 물고기와 새의 활발함이 나의 순탄한 마음을 자연스럽게 도와줄 것이다. -215-216쪽

한평생을 두고 말하더라도, 자신의 마음에 맞는 일을 하며 살기는 매우 힘들다. -24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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