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일이 참으로 중요하고, 어떤 일이 짅ㅇ 감사할 일이고, 어떤 일이 급하지 않은 일인지 이 책은 나은 목소리로 들려준다. 읽는 이를 억압하지 않으면서 이 책은 우리가 만약 늘 분수를 지키고, 삶을 잘 즐긴다면 하루하루가 벅찬 선물이라는 것을 들려주고 있다. -앞글 '최성각'-4쪽
"여자와 함께 산다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여자없이 산다는 것 또한 불가능하다. 이것이 삶의 원칙이다...."-34쪽
곰곰이 따지고 보면 우물쭈물 60년이 인생이다. 선택의 자유 없이 태어난 것이 우리의 생명이다, 우물쭈물하다가 초등학교, 중학교를 마치고, 선 한 번 보고 데이트 두 번 하고 우물쭈물 결혼을 하고, 우연히 직장을 얻고, 우물쭈물하다가 애 낳고 늙어서 관 속에 들어가는 것이 인생이다. 우물쭈물 인생은 어쩌면 허무하기 짝이 없다. 특히 산 설고 물 설고 해장국 집이 없는 외지에서는 이 허무함을 더 뼈저리게 느낄 수 있다. -105쪽
사람들은 남의 글 속에서 자기 자신을 읽는 것 같다. -173쪽
저희들은 자연의 섭리를 믿고 결혼이란 부부관계가 아니라 부모와 자식과의 관계라고 믿습니다. 결혼생활이 가져다주는 가장 큰 축복은 우리는 홀몸이 아니라 우주생활에 장엄한 드라마의 참여자라는 공동체감을 느끼는 데 있습니다. 물론 저는 결혼을 철학적으로 신중하게 보지는 않습니다. 가끔 시시한 부부싸움의 은총이 찾아주어 삶을 더 기름지게 해주기를 원합니다. 경솔과 경망이 없는 인생은 지루하고 멋없기 때문입니다. 저희들은 우행愚行을 가끔 귀빈으로 모시려고 합니다. 온갖 삶의 기쁨은 어리석음에서 비록되고 신神들도 어리석름과는 싸워서 이길 수 없다고 하기 때문입니다. -202-203쪽
허영이란 거울을 들여다보고 눈썹을 그리는 즐거움, 단체사진을 볼 때 내 얼굴을 제일 먼저 보는 즐거움, 청객이 없는 데서 콧노래를 부르는 즐거움, 하이힐을 신고 궁둥이를 요란하게 흔들어보는 즐거움이다. 비교적 순진하고 무해하고 경제적인 미덕이다. -240쪽
산마루에 외로이 서 있는 주막이나 외진 해변가 식당의 야외식탁에 앉아 밥을 먹는 기쁨은 무엇에 견줄 수 없게 아름답다. 음식이 특수하고 맛이 있어서가 아니다. 산에서는 하늘과 구름, 건달기가 찬 바람 소리, 소나무들이 주고받는 은근한 대화가 우리들이 먹느 음식 속에 스며들어, 대자연의 신비를 마시는 느낌을 경험한다. 바닷가 음식에는 철썩대는 물 소리, 건전한 소금 냄새, 안타까워하느 갈매기의 울음, 저녁 노을과 조개껍질의 가냘픈 아름다움이 담겨져 있다. 술이 거나해서 아내를 쳐다보면 아내 얼굴이 점점 예뻐진다. -244쪽
독자들의 혼란을 덜어주기 위해서 24시간짜리 시계를 하나 만들어보겠다. 지구에 생명이 태어난 시간이 새벽 00시 00분이라면 나무와 풀이 지구를 정복한 시간은 20시 24분이다. 사람 비슷한 것이 태어난 시간은 23시 56분 24초이고, 사람은 23시 58분 12초에 등장한다. 지난 6천 년 동안 이루어진 찬란한 우리의 문화도 지구생명시계에 의하면 0.1초에 불과한 것이다. 이렇게 부끄럽고 초라한 것이 인간의 역사며 존재다.-254쪽
사랑이란 말은 죄라는 말과 같이 낡고 남용된 말이다. 그러나 인간관계에서 사랑은 지금도 우리가 기댈수 있는 마지막 말이다. -315쪽
사람은 왜 사나? 살라고 태어났기 때문에 산다. 어떻게 살면 좋을까? 행복하게 살면 된다. -33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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