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내 우울하고 어디론가 가고 싶었다. 길을 나섰지만 막혀서 다시 되돌아왔다. 막막... 갈 곳도, 만날 이도 없다. 영화를 보러 나섰다가 먼곳의 친구에게 갔다...언제나 한결같이 쌍수를 들고 맞아주고, 내가 무슨 말을 해도 있는 그대로 들어주는 그는, 정말로 나를 사랑하나보다. 바리스타에서 한잔의 커피 마실 시간만 보내고 왔다... 돌아오는 길이 예사롭지 않았지만, 고마워!!! 어제의 일이다.

-비가 온다. 예배를 보는 둥 마는 둥, 마음은 콩밭에 갔다. 커다란 통유리가 있는 찻집, 빗소리가 바람에 실려 쏴아하니 몰려오는 게 보인다. 바람이 보이다니, 신기하지요... 손때가 묻고 누렇게 변하고 갈피갈피마다 사연이 있는 '안도현의 내가 사랑하는 시'는 마음이 가끔씩 오두방정(?)을 떨 때 들쳐보는 책이다. 겉표지엔 분명 내가 쓴 황지우의 '너를 기다리는 동안''뼈아픈 후회'가 적혀있다. 한때 누군가를 기다리며 후회하며 적었던 걸까?   

-백지영의 '그남자'와 '그여자'를 들으며, 옛날의 여행기로 마음을 달랜다.       

1)그남자   

한 남자가 그대를 사랑합니다. 그 남자는 열심히 사랑합니다. 매일 그림자처럼 그대를 따라다니며 그 남자는 웃으며 울고있어요. 얼마나 얼마나 더 너를 이렇게 바라만 보며 혼자 이 바람같은 사랑 이 거지같은 사랑 계속해야 니가 나를 사랑 하겠니. 조금만 가까이 와 조금만. 한발 다가가면 두 발 도망가는. 널 사랑하는 난 지금도 옆에 있어 그 남잔 웁니다.     

그 남자는 성격이 소심합니다. 그래서 웃는 법을 배웠답니다. 친한 친구에게도 못하는 얘기가 많은 그 남자의 마음은 눈물투성이. 그래서 그 남자는 그댈 널 사랑 했대요 똑같아서. 또 하나같은 바보 또 하나같은 바보. 한번 나를 안아주고 가면 안되요.  
   

난 사랑받고 싶어 그대여. 매일 속으로만 가슴 속으로만 소리를 지르며. 그 남자는 오늘도 그 옆에 있대요. 그 남자가 나라는 걸 아나요. 알면서도 이러는 건 아니죠. 모를꺼야 그댄 바보니까. 얼마나 얼마나 더 너를. 이렇게 바라만 보며 혼자. 이 바보같은 사랑 이 거지같은 사랑. 계속해야 니가 나를 사랑 하겠니. 조금만 가까이 와 조금만. 한발 다가가면 두 발 도망가는. 널 사랑하는 난 지금도 옆에 있어 그 남잔 웁니다. 
 

2)여행기   

당신. 밤기차를 타 본적 있나요. 포항까지 긴 시간이 밤을 가르고 있습니다. 재잘 되는 소리 속으로 기차를 보냅니다. 한결같은 모습, 목소리, 마음을 함께하여 크레타 섬으로 가봅니다. 비록 지중해의 한가운데는 아닐지라도 바다를 끼고 있는 한적한 찻집의 헤이즐럿향내는 묵은 체증을 풀어내려줍니다. 동해의 천곡동굴은 무슨 생각으로 시내 한가운데서 떡 버티고 있는지……. 아 그렇군요. 지나는 사람의 땀을 식혀주고, 마음의 갈증을 풀어주는 시원한 청량제 역할을 묵묵히 하고 있습니다. 말없이 제 할일을 하는 이의 모습을 본 듯합니다. 구비 구비 길, 서로 포개져 있는 산, 푸른 나무, 하늘, 파란바다를 끼고 도착한 곳. 정동진에서의 굽은 소나무는 아무리 찾아도 없고 몇 그루의 소나무에서 장삿속만 난무할 뿐, 당신도 아마 그곳에 있다면 모레시계를 되돌리고 싶은 기분이 드리라 생각됩니다. 아쉬운 기찻길만 따라갑니다. 당신. 초당두부는 몸에 좋다고 합니다. 요즘의 입맛을 옛것으로 돌리기엔 무에 하지만 한번쯤 먹어보면 옛날 맛을 느껴볼까하는 향수가 지나쳤나봅니다. 할머니의 손맛을 느껴보기엔 너무도 때 묻은 초당두부의 신 김치를 대할 땐 역겨움조차 밀려왔지만, 주변의 풍광 속에서 오랜 세월동안 변치 않은 소나무들을 보았을 땐 인간의 부끄러움을 서로 감춰줘야함을 느낍니다. 경포의 호수는 초승달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붐비는 사람들로 더럽혀져가는 마을을 씻어 내리는 파도를 창가에서 바라봅니다. 또한 당신을 꿈꾸며 파도소리가 아닌 사람의 소리로 밤을 맞이합니다. 행여 당신이 꿈속에라도 오실는지 큰 창문을 열어두지만 초승달만 살짝 엿보고 가고 있습니다. 당신. 에디슨을 알고 있나요. 사람을 정말로 사랑한 에디슨의 발명품들을 입 벌려 바라보면서 애정을 갖고 수집한 손길의 수고에도 머리가 절로 숙여집니다. 클래식음악의 녹녹함이 몸과 맘으로 스며들어 앞으로의 길이 신나는 발걸음으로 기대됩니다. 옛 어른들의 아름다운 집 선교장으로 갑니다. 활래정에 기대 앉아 연꽃을 벗 삼아 당신에게 드릴 차 한 잔을 끓여 봅니다. 전나무가 우거진 오대산으로 들어가고 있습니다. 아직도 차향이 코끝을 간질이고 있습니다. 멀리 있을 땐 그리 잘 보이더니 가까이 갈수록 찾을 길 없는 이곳이 나무와 하늘과 굽은 길 조차 아름다운 한 폭의 그림입니다. 당신. 전나무는 본적 있나요. 곧게 뻗은 전나무숲길을 물소리에 맞춰 거닐다 보면 어느덧 신선이 되어 상원사의 종을 울리기도 합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종은 얌전히 앉아있건만 마음속의 부대끼는 상념들은 종을 여전히 울려대고 있습니다. 아름다운 종소리가 들리는지요. 멀리 메밀꽃이 보입니다. 봉평과 평창은 온통 메밀로 만든 곳입니다. 먹는 것 입는 것 사람까지 메밀로 보이는 땅에서 돈가스를 찾는다는 게 어찌 보면 처음부터 잘못된 생각일지 모릅니다. 삶이란 게 다 그런 게 아닐는지……. 향내로 떠내려 온 허브나라를 찾아가 보지만 빗물에 씻겨 내려가고 짙은 향내로 남아있는 봉평과 평창이 발목을 붙잡고 놓아주질 않습니다. 들어가도 들어가도 끝없는 이곳에서 맘과 몸과 입이 향기에 취한 것입니다. 지나온 삶에서 이리 발목 잡힌 때가 언제였는지도 생각해 봅니다. 혹 붙잡은 이가 당신인지도. 정선아리랑으로 정선에 머무릅니다. 비록 아시나요. 사랑. 알고 싶어요. 가시나무. 영영. 보고 싶은 얼굴. 내가 만일. 아름다운구속의 노래방 기계가 이 정선의 아리랑을 욕보일지라도 이 밤 새워 불러봅니다. 당신. 들리나요. 얼마나 당신을 보고 싶어 하고, 그리워하는지. 또한 '손 뻗으면 닿을 듯, 그러나 닿지 않는, 눈에만 삼삼한' 詩도 생각납니다. 정선의 화암약수로 정신을 차려봅니다. 장릉에 누어있는 슬픈 사람 단종의 마음도 되어봅니다. 물이 불어 건널 수 없는 청령포를 바라보면서 눈물도 가려봅니다. 그리워 그리워 애절한 마음만 동강에 하나씩 풀어 보냈을 젊은 남자 단종의 슬픈 사랑 속에서 당신을 보게 됩니다. 지나간 한시절의 사랑이 이 같지 않으니 누가 있으리를 뒤로하고 부석으로 갑니다. 부석으로 가는 길의 아름다움을 글로 나타낼 수 없음을 아쉬워하며 부석의 배흘림기둥에 기대어 당신을 은근히 그리워도 해 봅니다. 아름다운 산들이 손잡고 겸손하게 자리 잡고 있는 산에서 배워봅니다. 세월이 흐를수록 산과 같은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넉넉하고 안온하고 편안함을 주는 산과 같은 마음을 닮고 싶습니다. 아직도 그 산 그곳에 있으니……. 언제나 다가갈 수 있는 당신 있으니……. 살아 볼만한 세상입니다. 멋진 저녁입니다. 'feel so good'이란 간판에 끌려 만찬도 합니다. 궁전호텔에서 아름다운 꿈도 꿉니다. 모두 왕비와 왕자가 되어 봅니다. 그러면 당신은 왕과 공주가 되리라 생각됩니다. 즐겁고 행복한 여행이었습니다. 3박 4일 함께 한 아름다운 친구 은수기, 소훈, 규현에게 감사와 칭찬을 보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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