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영복 - 여럿이 함께 숲으로 가는 길 서울대학교 관악초청강연
서울대학교 기초교육원.신영복 지음 / 서울대학교출판문화원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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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그 사람의 역사 속에서 이해하게 되면 충분히 공감이 갑니다. 그 사람의 생각마저도 그가 살아온 인생의 결론으로 가지고 있는 것이지요. 남이 함부로 평가하기 어려운 것이지요. 나는 수많은 사람들과으 깊이 있는 만남을 통해서 그의 이야기가 아닌 "나 역시 그럴 수 있겠구나!" 하는 나의 이야기로 받아들이게 됩니다. 말하자면 머리로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가슴으로 공감하는 것이지요. 머리로 생각하는 타자화 대상화가 아닌 가슴의 공감을 안게 됩니다. -28-29쪽

우리가 아는 것, 그것의 상당 부분이 주입된 것이라고 생각을 하죠. 현대사회는 막강한 포섭기제를 발전시켜 놓고 있습니다. 과거와는 전혀 다른 언어와 기호를 구사하고 있습니다. 개인은 자기 자신이 포획되고 있다는 사실 자체를 인식하지 못합니다. 물리적 강제나 억압 대신에 개인의 정서를 포섭해버리고 있는 것이지요. 개인의 자유는 억압되는 것이 아니라 관리되고 있는 것이지요. -42쪽

'나'라는 존재는 내가 만난 수많은 사람들과 내가 겪은 수많은 사건들이 내 속에 들어와서 나를 구성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한 것들이 나를 빌딩building하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지요. 한 개인의 정체성identity이란 그가 맺고 있는 사회성sociality이 그것의 실체라는 것이 나의 생각입니다. -53쪽

사랑은 굉장한 부담입니다. 한 사람을, 한 생명을 받아들인다는 것은 엄청난 무게가 아닐 수 없습니다. 절대로 행복하지 않습니다. 중요한 것은 그것을 통한 깨달음입니다. -80쪽

강도한테 칼 맞아 쓰러진 행인을 제사장도 레위인도 그냥 지나가는데 사마리아인이 구출합니다. 그 차이가 뭔가하면 사마리아인은 쓰러진 행인을 자기 세계로 받아들인다는 것이지요. 그러니까 세계를 조직하는 것, 그게 생각이라는 거죠. 가슴 아픈것돠 머리 아픈 것의 차이가 그것을 잘 설명해 줍니다. 가슴 아픈 것은 그것을 자기의 세계로 받아들이기 때문에 가슴 아픈 것이지요. 반대로 골치 아픈 것은 자기 세계로 받아들이고 싶지 않은데 들어오는 경우에 골치 아픈 것이지요. -92쪽

또한 바디우는 니체가 운명에 맞선 용기를 강조했듯이 '용기'를 우리 시대의 방향 상실과 맞서는 주된 덕목이라고 주장한다. 용기란 타고난 성향이 아니라 자기 스스로를 구성해 나가는 것으로, 불가능 속에서 인내를 통해서 드러나는 것이다. -94쪽

우리 사회 구성원은 각각의 욕망과 고통이 있습니다. 부자건 빈자건, 강자건 약자건 각자의 욕망과 고통이 있다는 것이지요.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여럿이 함께 간다는 점 외에 제도의 전환이 필요하지 않은가 합니다. 여럿이 함께 갈 수 있도록 만드는 제도로의 전환 말입니다. -110쪽

저는 꿈이란 것은 어원이 오늘 나에게 없는 것을 꾸어오는 것-borrow-을 '꿈'이라고 생각하지요. 아까 이야기의 연장선상에서 생각해보죠. 우리가 문맥에 갇혀 있는 경우, 어디서 꾸어오게 되나요? 빤히 보입니다. 꾸어오는 사람, 꾸어오는 장소가 정해져 있습니다. 그래서 '꿈'보다는 '깸'이 더 중요하다고 이야기합니다. 일단 깨뜨리는 것이 먼저입니다. 부족한 것을 꾸어오는 것도 필요하겠지만 그것을 꾸어오기보다는 자기가 자기의 이유로 만들어 가는 게 더 중요하지 않을까 생각하지요. -124쪽

타자를 자기의 일부, 다시 말해서 자기 세계에 포함되는 것으로 승인하는 관점이 필요하다고 보지요. 이런 관점에서 자기를 인식한다면 관계성이 곧 자기의 확장이 되는 것이지요. 다른 것과의 관계성 속에서 탈근대 사유를 가질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126-127쪽

서둘러 그릇을 채우기보다는 그릇 그 자체를 키우는 공부를 해야 하고, 지붕부터 그리던 창백한 관념성을 청산하고 주춧돌부터 집을 그리는 튼튼한 사고를 길러야 하며, 자기를 뛰어넘음으로써 오히려 자기를 달성하는 사랑의 비약을 준비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오늘을 찬란한 꽃의 계절로 맞이할 것이 아니라 땅속에 씨앗을 묻는 긴 여정의 출발로 받아들여야 하고, 앞으로 직면하게 될 숱한 과제들과 당당히 맞설 수 있기 위하여 짧고 많은 마디로 강고한 밑둥을 만들어 가야 한다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15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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