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하게 입을까, 가볍게 입을까 잠시 고민하다 따뜻하게 입고 친구를 만나러 갔다. 거의 두달여 만이다. 가기 전 많은 망설임은 어디로 간건지 반가웠다. 정작 내마음을 잘 모르겠다. 점심으로 먹은 순두부는 속을 불편하게 했다. 음식점에 도배되어 있는 유명인사들의 싸인이 무색해 보인다. 많은 사람들로 미처 치우지 못한 그릇들로 식탁은 어지럽게 널려있고, 치운 곳도 지저분하다. 난 이처럼 목적을 모를 때가 간간히 있다. 밥만 먹으면 되었지, 사람들이 바글대며 맛있게도 먹더구만... 햇살은 따뜻했지만 간간히 눈과 얼음이 있었다... 오랫만이라 조용한 침묵이 흘렀다... 수수부침과 원두커피로 입을 가셨다, 깔끔했다... 친구사무실에 들렸다. 검소하고 소박했다. 한편으로 쓸쓸함과 외로움이 느껴졌다. 사십대와 오십대는 느낌이 다르단다... 사람을 만나는 데 무슨 목적이 있으리요. 그러나 '육신의 아픈 기억은 쉽게 지워진다 그러나 마음의 상처는 덧나기 일쑤이다(박경리시집 p106)' 사이사이 생채기 난 상처가 불쑥하고 올라온다. 미안, 용서, 사랑으로 덧대어 보지만 그때 뿐이다... 만나게 되면 만나는 거고 그냥 이렇게 지내면 될까. 봄이 온다는데 쿵쾅대지 않는 가슴도 있다, 이것 참 야단났다... 사람관계에서 설레고 떨리는 가슴을 갖고 싶다. 주변의 사람들을 가만 헤아려본다. 인사철이라 오가는 사람들이 있다. 떠나는 이들을 위해 선물을 샀다... 수많은 회자정리會者定離, 이것으로 모든 게 덮어질 건 아니다... 사람들과의 관계는 힘든다. 가까워지면 불편하다. 암튼, 어쩌라고요. 도무지 모르겠다. 그렇다고 쓸쓸하고 외로운 사람들의 친구는 될 수 없다... 적절한 간격이 유지될 수 있는 이가 좋다... 그러나 이제껏 보면 너무 가까이 아니면 너무 먼 당신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