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리고 갈 것만 남아서 참 홀가분하다 - 박경리 시집
박경리 지음 / 마로니에북스 / 2008년 6월
구판절판


속박과 가난의 세월
그렇게도 많은 눈물 흘렸건만
청춘은 너무나 짧은 아름다웠다
잔잔해진 눈으로 뒤돌아보는
청춘은 너무나 짧고 아름다웠다
젊은 날에는 왜 그것이 보이지 않았을까
-[산다는 것] 중에서-13쪽

바람


흐르다 멈춘 뭉게구름
올려다보는 어느 강가의 갈대밭
작은 배 한 척 매어 있고 명상하는 백로
그림같이 오로지 고요하다

어디서일까 그것은 어디서일까
홀연히 불어노는 바람
낱낱이 몸짓하기 시작한다
차디찬 바람 보이지 않는 바람

정소리에서 발끝까지
뚫고 지나가는 찬바람은
존재함을 일깨워 주고
존재의 고적함을 통고한다

아아
어느 始原에서 불어오는 바람일까-90쪽

봄은 멀지 않았다
아니 봄은 이미 당도하여
안개 저 켠에서 서성거리고 있다
올해는 도시 무엇을 기약할 것인가
글쎄 아마도......
-[안개] 중에서-102쪽

그리하여 세상에는
전지전능한 하나님이 늘어나게 되고
사람은
차츰 보잘것없게 되었을 뿐만 아니라
지구의 뭇 생명들이
부지기수
몰살되는 지경에 이르렀다
땅도 죽이고 물도 죽이고 공기도 죽이고
-[확신] 중에서-123-12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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