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여 년간 단련된 수험생의 딱딱한 머리가 말랑말랑해질 뜸도 없이, 우리의 소원은 '미제타도'이거나 '노동해방'임을 또 다시 주입시키던 선배들. 그들은 과연 그 무엇으로부터 해방되거나 독립적 자아로 사고한 적이 있었을까?-16쪽
이처럼 부러운 현실을 구축하는 힘의 핵심은 연대Solidarite다. 개인주의를 소중한 사회적 미덕으로 여기는 나라에서 이만큼 정치적 진보를 이룬 것은 그 바탕에 연대의 미덕이 신념처럼 확고하게 뿌리박혀 있기 때문이다. 똘레랑스가 프랑스 사회를 유연하게 만드는 여러 개의 벽돌이라면, 연대는 그 벽돌 사이를 메우는 유연하게 메워 주는 풀이다. 이 풀은 원한다면 언제고 떼어내고 다시 결합할 수 있어 아나키스트적 운동을 가능하게 만들어준다. -67-68쪽
불필요한 경쟁심리로 에너지낭비를 하지 않을 수 있다는 사실은 확실히 삶이 기준을 타인의 시선이 아닌 내 자신의 가치에 두게 만들었다. 당연히 더 성숙한 인간으로 취급받는 기분이 든다. -86쪽
우리의 삶은 왜 어느 한순간도 그 자체를 목적으로 살지 못하고, 왜 늘 다른 곳에서 보상받기를 원하는지 가슴치며 물었다. 결론은 역시 그 모든 사람들의 머릿속에 경제적 효율이 최우선의 가치로 작동하기 때문이었다. -112쪽
나의 진정한 욕망을 파악하는 것은 아주 사소한 데서부터 시작된다. 내가 좋아하는 색깔, 옷, 반찬, 영화, 작가, 길, 동네, 나무에 이르기까지. 내가 진정으로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일일이 묻고 그 목록을 다 모아보면, 자기만의 색깔이 무엇인지 조금씩 드러나게 된다. 나의 색깔을 찾아가는 여정에서 가장 유의해야 할 것은 '한 우물' 이데올로기의 강박으로 부터 탈출이다. "한 우물을 파야한다."는 시대를 초월하는 금과옥조이다. -162쪽
가장 비싼 핸드백을 일률적으로 들고 다닌다는 것은, 달리 말하면 자신들이 누릴 수 있는 다양한 선택의 자유를 저버린다는 의미다. -210쪽
선택의 기준이 늘 타인의 시선에 맞추어진 한국사회에서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내는 것, 나의 무뎌진 감각과 취향을 숨쉬게 하는 것은 엄청난 노력과 의지를 동원해야 하는 일이다. -222쪽
인간이 할 수 있는 가장 보편적이고 흥미로운 관계 맺기인 연애를 특정 시기, 특정 연령층의 전유물로 규정하고 비좁은 김밥의 틀 속에 밀어 넣어버린 사회. 어쩔 수 없이 옆구리로 삐져나오는 비명과 분출되는 욕구들은 모두 어두운 음지속에 처넣어 버리는 사회. 이 숨 막히는 사회적 모순을 비집고 우리가 건강하고 싱그러운 연애를 계속해 나갈 수 있는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246쪽
서로의 삶에 독립된 영역과 자유를 적절히 보장하는 방식은 그 관계를 더 건강하게 유지하게 만든다. 사실 사랑만 하고 결혼은 하지 않는 그런 무책임한 방법이야말로가장 이상적이라는 게 내 생각이다. -26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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