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이트의 의자 - 숨겨진 나와 마주하는 정신분석 이야기
정도언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09년 10월
구판절판


무의식은 속에서 끓고 있는 휴화산과 같습니다. 기회만 있으면 뚫고 나오려 합니다. 물론 자아가 파병한 방어기제들defense mechanisms이 지키고 있어서 쉽게 의식의 세계로 나오지는 않지만 무의식의 에너지는 숨어 있으면서도 나의 일상에 끊임없이 큰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29쪽

'행복 추구 문화'는 슬픔이라는 정상적 감정을 제대로 체험하지 못하게 우리를 억압합니다. 슬픔과 고통을 느낄 줄 알아야 행복도 진정으로 느낄 수 있습니다.-86쪽

현실이든 상상에서든 무엇을 잃어버렸다고 생각하면 화가 나면서 나를 미워하게 됩니다. 그러면 우울해집니다. 나를 너무 미워하게 되면 자살이라는 극단적 방법으로 내가 나를 죽입니다. 남에게 향할 공격성의 화살이 방향을 정반대로 돌려 자기 자신에게 꽂히는 것입니다. 상실감을 덜 느끼기 위해 조금만 어려운 일이 있어도 "어쩔 수 없어"라고 미리 포기해버리기도 합니다. -109쪽

자존심이 낮거나 자아가 스트레스를 받는 상태에서 자기 파괴적인 행동을 쉽게 합니다. 자존심이 낮다는 것은 나와 남의 관계에서 내가 편안하지 않다는 뜻입니다. 남이 나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나라도 나를 아껴주어야 하는데 이상하게도 자기 파괴적 행동을 더 합니다. 그렇게 거꾸로 불행의 입구로 걸어 들어가는 것이 인간입니다. 술이나 약에 쉽게 빠져 인생을 망칩니다.-113쪽

그런데 분노를 파괴적으로 표현하는 것 중 가장 강력하고 제일 심각한 것은 인간 관계의 파괴입니다. -131쪽

살아가면서 겪는 적절한 수준의 좌절은 자아의 힘을 튼튼하게 기르는데 크게 도움이 됩니다. 물론 단번에 엄청난 좌절을 겪는다면 다시 일어나지 못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좌절은 발병은 피해가면서 면역력을 길러주는 예방주사같이 현명하게 경험해야 합니다. 현명하다는 것은 살면서 겪는 일들에 너무 일희일비 하지 않는다는 말입니다. 좋은 일이 생기면 좋고, 나쁜 일은 예방주사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이것을 다른 말로 하면 바로 긍정적 사고positive thinking입니다.-140-141쪽

망설임은 버릇입니다. 버릇이란 마음에 깊게 새겨진 것입니다.-144쪽

살면서 겪는 일들은 현실의 외적 대상들과 마음속에서 내적 대상들 그리고 무의식, 전의식, 의식, 자아, 이드, 초자아가 전개하는 드라마의 연속선상에 있습니다. 내가 내 속에 있는 나의 부분들과 관계를 원만하게 가질 수 없다면 삶이 팍팍해집니다. 반대로, 드러나 나와 숨겨진 내가 잘 연결된다면 내 삶은 윤택해집니다.
......

불안, 우울, 분노, 공포, 좌절, 망설임, 열등감, 시기심, 질투 모두 내가 내 마음속의 자기 표상들과 맺는 관계, 내가 내 마음속의 대상 표상들과 맺는 관계에서 처음 처음에는 상처로 나타나고 그것들이 아물면 치유된 흠집이 남습니다. 상처가 아물고 나서 얼마나 크고 깊은 흉이 남느냐는 그때그때 다릅니다. 결국 관계가 없는 상처는 없고 관계없이 아무는 상처도 없다는 말입니다. 그래서 오늘도 나는, 우리는, 그들은 대상을 찾아 관계를 맺으려고 분주합니다.

참고)대상으로서의 나를 경험하고 쌓은 이미지가 '자기 표상self-representations'입니다. 내가 다른 사람들을 겪고 만들어낸 이미지는 '대상 표상object representations'입니다.(p173-174)-174쪽

프로이트는 말의 중요성에 대해 이렇게 말했습니다. "말은 마술과 같은 힘을 가지고 있다. 최대의 행복을 가져 오거나 아주 깊은 절망으로 이끈다. 말은 정말 강력한 감정을 느끼게 하고 그것은 곧 행동으로 이어진다."-192쪽

중요한 것은 반드시 두 사람이 같이 사는 관계가 따로 살며 가끔 만나는 연애 관계보다 의미 있게 깊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겁니다. 의미 있는 관계는 자신의 역할을 제대로 알고 서로를 배려하며 서로에게 책임 있게 행동하는 관계입니다. -209쪽

그동안 용서는 종교의 문제였습니다. 이제 용서가 심리학의 영역에서 연구되고 있습니다. 어떻게 용서하느냐에 따라 마음에서 분노, 불안, 우울, 좌절, 죄책감을 정리할 수도, 그 속에 남길 수도 있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용서는 절대로 상대의 죄를 면해주는 것이 아닙니다. 상대가 한 짓을 잊는 것도 아닙니다. 용서란 내 상처의 원천이자 원한과 복수의 대상인 상대 자체를 버림으로써 나를 치유하는 과정이자 결과입니다.-2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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