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언제나 사실을 사실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이야기의 형식으로 바꿔서 받아들인다. 그러다 보면 내가 만든 이야기가 남들에게도 통할지, 내가 만든 것보다 더 그럴듯하고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는지 궁금해진다. 그래서 신화에 심취하거나 소설을 읽고, 드라마나 영화를 본다.-75쪽
경험에의 몰입을 병으로 취급하는 우리와는 정반대로 서양에서는 물질에의 몰입을 병으로 취급한다.-130쪽
과거사는 과거로 끝나는 게 아니라 현재 일어나는 일을 판단하는 기초가 된다.-168쪽
너무 적게 배워서 벌어지는 문제보다는, 제대로 배우는 것도 아니면서 너무 많이 배워서 생기는 부작용이 더 많다는 거다. -174쪽
윤리가 중요한 이유는 그것이 가장 옳기 때문이 아니라 가장 효과적인 대응책이기 때문이다. 거짓말을 하고 정보를 조작하는 방법이 단기적으로 보기엔 값싸고 효율적으로 보이지만, 장기적으로는 언제나 윤리적인 방법에 비해서 비용이 많이 든다.-209-210쪽
소위 말하는 '포스트모더니즘'(후기 근대주의)이 그렇게 시작되었다. 진리는 본질에 숨어 있는 것이 아니라 현상 그 자체일지도 모른다는 생각, 진짜가 뭔지가 중요한 게 아니라, 사람들이 뭘 진짜라고 믿는지가 더 중요하다는 생각들이 그렇다. 과학의 힘을 의심하고 이성도 결국 감성의 한가지 표현일 뿐이라는 사고도 마찬가지다.-225쪽
어쨌거나, 에일리언이 나와 너무 달라서 의사소통이 불가능한 존재를 상징한다면, 클론은 나와 너무 같아서 의사소통이 불필요한 존재를 대표한다.-292쪽
인간이 만물의 영장으로 우뚝 설 수 있었던 이유는 개개인의 능력이 뛰어나서가 아니라, 공동체를 만들고 그 공동체를 통해서 시너지 효과를 만들어 낼 수 있는 능력에서 나온 것이다.-293쪽
그리고 우리 모두 서로 다른 세계에서 온 서로 다른 존재라는 사실을, 결국 에일리언들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클론끼리는 이심전심이니 합의나 규칙이 필요 없다. 하지만 서로 다른 혹성의 외계인들이 한 공간에서 살아가려면 합의와 소통 방법의 제도화가 반드시 필요하다. 나는 인문학 연구자로서 심리학자의 기본 임무는 일종의 통역자라고 생각해 왔다. 마음속에 각자의 우주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 사이에서, 서로 다른 우주에서 만들어진 서로 다른 언어들 사이의 의사소통을 돕는 일. 사람들에게 우리 각자가 어떻게 다르고 어떻게 비슷한지를 보여 주고, 감성의 차이와 사고틀의 차이와 거기서 생기는 오해와 그 오해가 만들어 내는 다양한 사건들을 설명하는 것이 내가 하고픈 일이었고 해야 할 일이었다. -296-29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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