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무 살, 스물한 살, 스물두 살...... 삶이란 조금 비스듬히 오른쪽으로 기울어진 기차에서 시속 오십 킬로미터의 속도를 견디는 일과 비슷하다는 사실을 알지 못하는 나이이기도 하다.-55쪽
왜 그는 사라지고 말 것을 선물했을까. 없어진다고 해서 사라지는 것은 아니었다.-86쪽
아무것도 선택하지 않음으로써 아무것도 망가뜨리지 않을 수 있다고 믿었다.-199쪽
서로의 영혼을 샅샅이 읽어낼 의무가 없는 관계가 옥영의 숨통을 터주었다. 언제까지 좁은 야채칸에 꼭 붙어서 뭉그러져가는 애기감자 두 알처럼 살아갈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231쪽
바다는 남들이 알아채지 못할 만큼 가만히 몸을 뒤척였다. -399쪽
그러나 말을 하지 않는 것과, 거짓말을 하는 것은 다르다.-416쪽
봄. 새봄이 되기 전에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학교로 돌아가지 않는다면 입대를 미루긴 어려울 것이다. 집을 떠날 수 있을까. 혼자서. 오랫동안 꿈꿔오던 장면인데 머릿속에 그려지지 않는다. 그건 어떤 종류의 용기와 관계있는 일일까.-48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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