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길에서 길을 잃어도 후회할 필요는 없다. 왜냐하면 그곳에서도 우리는 날렵한 발굽으로 돌길을 재빠르게 걷는 당나귀를 피할 테고, 열린 안뜰과 마졸리카 계단을 볼 것이며, 무엇보다 현지 사람을 만나게 될 테니까. (37쪽)
살아 있는 사람들의 거리야말로 가장 좋은 박물관이다. 여기서 마치 다른 시대로 헤매 들어온 것 같다고 말하려 했지만, 그건 사실이 아니다. 진실은 한층 이상하다. 다른 시대란 없다. 과거에 있던 것이 지금도 있다. 만약 저 기사가 칼을 찼고, 저 사제가 알라의 경전을 해설했으며, 저 소녀가 톨레도의 유대인이었다면. 그것이 톨레도 거리의 성벽보다 이상하고 멀어 보이지는 않을 것이다. 내가 다른 시대로 들어간다면, 그것은 다른 시대가 아닐 것이다. 그저 몹시 아름답고 숭고한 모험일 뿐이다. 톨레도처럼, 스페인 땅처럼 말이다. (41쪽)
그렇다. 이 그리스인(엘 그레코)은 압도적인 천재였다. 어떤 사람들은 그가 미쳤다고 한다. 눈이 자신의 비전에 열정적으로 고정된 사람은 모두 조금 미친다. 혹은 적어도 그는 비전의 소재와 형식을 다른 어느 곳도 아닌 자신에게서 가져오기 때문에 매너리즘에 빠진다. (55쪽)
우리는 그저 우리를 기쁘게 하는 것을 움켜지고 만지작거린다. (98쪽)
투우를 보는 동안 나는 매우 복잡한 감정을 느꼈다. 잊을 수 없는 아주 놀라운 순간이 있었고, 차라리 땅이 나를 삼켰으면 바랐던 고통스러운 시점도 있었다. 물론 가장 멋진 광경은 투우사들이 투우장으로 엄숙하게 입장하는 모습이다. (120쪽)
스페인의 깊은 비밀 중 하나는 지역색이다. 이는 유럽 다른 지역에서는 사라져가는 독특한 미덕이다. 자연과 역사, 그리고 국민성의 결합체인 스페인이 아직 자연과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으며 역사를 잊지 않았기에 가능한 것이다. 그래서 스페인은 이렇게까지 스스로를 보존할 수 있었다. 그리고 나머지 우리 모두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한 민족이 된다는 것이 얼마나 좋은 일인지 경이로운 마음으로 지켜보는 것뿐이다. (181쪽)
친애하는 독자여, 익숙하지 않았던 무언가를 보거나 다르는 것이 얼마나 기쁜 일인가. 사물과 사람 간의 다양성은 우리 삶의 지평을 넓혀준다. (2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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