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투의 스케치북'은 무엇일까. 베네딕투스(벤투) 데 스피노자로 알려진 철학자 바루흐 스피노자는 글 쓰기 외에도 드로잉을 즐겼고, 항상 스케치북을 들고 다녔단다. 다시 말해, 존 버거는 스피노자의 드로잉이 있는 스케치북을 발견하는 상상을 한다. 그 안에 무엇을 그렸을까, 어떤 형식으로 그렸을까, 스피노자가 두 눈으로 직접 관찰했던 것들을 보고 싶어한다. 어느 날 선물로 받은 스케치북을 '벤투의 스케치북'이라 명명하고 스피노자의 시선이 되어 그림을 그리면서,  스피노자가 쓴 글과 버무려 낸 결과물이 '벤투의 스케치북'이다. 존 버거의 드로잉과 스피노자의 철학은 씨줄과 날줄로 잘 직조 된 한 폭의 그림 같다. 

드로잉은 무언가를 지향하는 실천이라 정의하고, 그 실천의 과정을 사물, 사람, 역사, 다른 이의 글과 그림, 몸, 감정, 감각. 정치, 사회문제 등으로 탐구하고, 우리에게 새로운 시선을 제공한다. 특히, 사소한이라는 단어에 초점을 두고 있다. '우리는 사소한이라는 형용사를 안고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 걸까. 이 형용사는 시간적인 것인데, 어쩌면 가능한, 그리고 적절한 반응은 공간적인 것이 아닐까(86쪽)'. 사소하지만 지금 이 순간을 지키기 위해서는 무언가를 실천해야 한다. 그 순간은 지나갈지라도 가치를 남기기 때문이다. 사소한 것들은 지울 수 없는 무엇으로 만드는 또 다른 방식이다. 그래서 우리의 사소함은 정치적으로 아주 중요한 시점이 된다. 

주변의 소소한 대상들을 드로잉하는 존 버거의 사소함, 이 책을 읽고 있는 나의 사소함은 서로 연결되어 있다. 

존 버거나 스피노자가 한 행위를 사소함으로 견주다니, 어불성설이지만, 

믿고 읽는 존 버거 글이다. 번역도 잘했다. 


벌써 두꺼운 외투를 입은 사람들이 눈에 띈다. 세월이 빠르다. 

추석에는 아들, 며느리, 손녀와 시어른들이 계시는 추모 공원도 다녀왔다. 지난 주에는 조카 결혼식에 다녀왔다. 친정 집의 첫 번째로 태어나서 모든 예쁨을 독차지하고, 그 애만큼 예쁜 아이가 없었던 그 때가 떠올랐다. 콘트라베이스를 전공하다가, 건축학을 전공하다가, 심리학을 전공해서 상담 교사로 정착했다. 다행히 오랫동안 만난 이와 결혼했다. 작년 아들 결혼식이 떠올랐다. 아들은 오랫동안 만난 이와 헤어지고 바로 결혼했다. 두 번 정도 본 아이를 며느리로 만나서 벌써 일 년이 지났다. 손녀가 있어 결혼했고, 손녀가 있어 모든 것은 무죄다.    

저지가 혼자 열심히 뛰었던 뉴욕 양키스는 졌고, 시애틀도 졌다. 아쉽다. 

매일 한 가지 버리는 일은 잘 하고 있고 스케치는 오락 가락이다. 물건 구매는 계속 줄이고 있다. 봉사 활동은 하고 있다. 책도 읽고 있다. 이러한 사소함이 일상을 이루고 있다. 

요즘 언프리티랩스타, 우리들의 발라드, 싱어게인4,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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