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중의 감정이 대체로 관대하고 옳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들에겐 감정의 토태나 지지대가 없습니다. 그래서 그들의 감정을 괴롭히거나 비위를 맞춰서 여러분이 원하는 대로 무슨 일이든 하게 할 수가 있습니다. 궁중은 대부분 감기에 걸리듯 열정에 사로잡히며 생각에 감염됩니다. 그래서 발작이 나면 아주 사소한 일에도 날뛰고 고함 지르고, 발작이 지나가면 아무리 큰일이었더라도 한 시간 안에 모두 잊습니다. (54쪽)
마음이 강해지고 정신이 강해지는 것, 곧 관대해지는 것은 진실로 위대한 인생을 사는 길입니다. 점점 관대해지는 것은 인생에서 출세를 하는 겁니다. 인생 자체에서 출세를 하는 것이지요. 인생의 과시적인 면에서 출세하는 게 아니고요. (73쪽)
어린 시절의 독서가 우리에게 남긴 것은 책 내용 자체보다는 그 책을 읽었던 시간과 장소의 이미지들이라는 주장은 충분히 증명되었을 것이다. (중략) 독서가 내게 환기한 추억 하나하나의 도정을 나와 함께 걷는 동안, 독자들은 어쩌면 구불구불한 꽃길을 걷는 사람처럼 발걸음을 늦추면서 자신들만의 추억을 떠올릴 수 있지 않았을까? (152쪽)
책들은 작가에게는 ‘결론‘이지만 독자에게는 ‘도발‘이다. 작가의 지혜가 끝나는 지점이 바로 독자의 지혜가 시작되는 지점이다. 우리는 작가가 답을 주기를 바라지만 그가 할 수 있는 것이란 단지 우리에게 욕망을 불어넣는 것뿐이다. (159쪽)
독서는 우리 내면 깊이 위치한 장소들의 문을 열어 주는 일종의 마법 열쇠와도 같다. 만일 독서가 이런 인도자 역할만 한다면 독서는 우리 삶에 유익하다. 그러나 만일 정신의 개인적 삶에 눈을 뜨게 해 주는 대신 그 삶을 대치하려 한다면 독서는 위험해진다. 즉 진리가 성숙된 사고와 감성의 노력에 바탕해야만 실현 가능한 하나의 이상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 손에 이미 만들어져 책갈피 사이에 끼어 있는 하나의 완성된 물건으로 간주될 때, 그리하여 단순히 서재 선반들에 꽂힌 책들에 손을 뻗어서 펼친 다음, 몸과 마음이 쉬는 상태에서 수동적으로 맛보기만 하면 되는 것이라고 생각될 때 독서는 위험해진다. (164-16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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