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산다는 것 - 한 고독한 영혼의 시간여행
메이 사튼 지음, 최승자 옮김 / 까치 / 199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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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끝날 거라곤 전혀 생각지 못했어요." 그러한 죽음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근면함, 품위, 자기존중으로 이루어졌던 한 생애 전체가 결국에는 오래된 맥주 깡통마냥 내버려져도 된다는 듯 사람들을 치워버리다니, 우리가 무엇이 된 것일까? (23쪽)

오늘 아침 깨어나 눈물을 흘렀다. 예순 가까운 나이에 자기 자신을 철저하게 바꾼다는 것이 가능한 인인지 궁금하다. 원망감과 적의, 어딘가 의식적 차원의 훨씬 아래서 태어나는 그 불안정한 애증을 통제할는 법을 배울 수 있을까? (38쪽)

나는 생각할 시간이 있다. 그것은 커다란, 가장 커다란 호사이다. 나는 존재하기 위한 시간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내 책임은 막대하다. 시간을 잘 사용하고, 내게 얼마만큼의 세월이 남아 있든지 간에 그 안에서 내가 될 수 있는 모든 것이 되기 위해서. 이것이 나를 당혹스럽게 하지는 않는다. (46쪽)

시는 일차적으로 자신과의 대화이지만 소설은 다른 사람들과의 대화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것들은 완전히 서로 다른 존재양식들로부터 나온다. 내가 소설을 써온 것은 어떤 것에 대해서 내가 어떻게 생각하는가를 알기 위해서였고, 시는 어떤 것에 대해서 내가 어떻게 느끼는가를 알기 위한 것이 아니었을까 생각된다. (47-48쪽)

내가 젊어서 버지니아 울프를 조금 알았을 때, 나는 나를 깜짝 놀라게 만드는 어떤 것 - 사람이 지극히 민감하면서도 따뜻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 - 을 배웠다. (81쪽)

내가 소중히 여기는 작가들 - 트리헌, 조지 허버트, 시몬 베유 그리고 소설가들인 투르게네프, 트롤럽, 헨리 제임스, 버지니아 울프, E.M. 포스터, 이들 모두가 겸손하고, 남의 눈에 띄지 않는 "스스로 실현시키는 사람들‘이었다. - 을 생각해보면, 그들 모두가 지금 기대되고 있는 것의 본류로부터 벗어나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86쪽)

진지한 작가라면 자신을 체험을 위한 하나의 도구로 생각한다는 것이 나의 믿음이다. 삶이 - 삶의 전부가 - 그 도구를 거쳐서 흐르고 그것을 통해서 증류되어 예술작품들로 변하는 것이다. 그가 어떻게 한 개인적인 인간으로 사는가 하는 것이 긴밀하게 그 작품과 연결되어 있는 것이다. (101쪽)

권태와 공포는 혼자 사는 사람이 싸워야만 하는 두 악마라는 생각이 문득 떠오른다. 오늘 오후에 누웠을 때, 나는 공포, 이유를 규정할 수 없는 공포로 초조해져 쉬지를 못하고 결국 일어나버렸다. 혼자 산다는 것의 공포가 아닐까. (124쪽)

잘 이용해볼 만한 텅 빈 하루, 한 주일 동안 떠나 있다가 고독 속으로 재입장하면서 내동댕이쳐지지 않기란 힘들다. 꼭 해야 할 많은 것들에 의해서 단번에 공격을 받기 때문이다. 내가 갈망하는 것은 스물네 시간을 가지고서, 그동안 내게 일어났던 일들을 걸러내는 것뿐인데, 여러 가지 서로 다른 응답들을 해주어야만 하는 것이다. 나는 조류가 바뀌고 그래서 얼마 동안은 아무런 방향도 없이, 온갖 방향으로부터 끌어당기기만 하면서 물결들이 서로 역류하여 흐르는 강과도 같은 기분이다. (169쪽)

마치 감옥 문이 닫히고 있는 것처럼, 나는 간밤에 비통하게 울었다. 하지만 물론, 이것은 기분일 뿐이다. 이곳에서의 고독은 내 삶이다. 내가 그것을 선택했고, 그러므로 할 수 있는 한 절망으로부터 풍요로움을 만드는 것이 좋을 것이다. (175쪽)

그는 상상력이 풍부한 친절함을 가진 정말로 너그러운 사람이었다. 너그러움이 여러 자질들 중에서 가장 희귀한 것이 되어가는 나이에 그는 그것을 얼마나 많이 간직했던가! (209-210쪽)

아마도 인내는 우리가 배워야 할 것들 중에서 마지막 것일 것이다. 늘고 눈이 안 보이는 장 도미니크가 내게 "항상 기다린다"라고 했던 말이 기억난다. 그때 나는 서른이 되기 전이었고 그녀는 예순이 넘었었는데, 그래서 나는 그렇게 늙은 사람이 아직도 어떤 사람을 그렇게 열심히 기다릴 수 있다는 생각에 놀랐었다. 하지만 사람은 일평생 기다린다는 것을 지금은 알고 있다. (218쪽)

나는 음식이 그러하듯이 돈이 나 자신을 통해서 흘러나가 버는 대로 쓰여, 꽃들로 책들로 그리고 아름다운 물건들로 변하고, 창조하는 사람들 혹은 궁핍한 사람들에게 주어져야만 하며, 돈이라는 것 - 이런저런 종류의 더 많은 생명과 반대되는 것 - 으로서 말고는 결코 계산되지 말아야 한다고 믿는다. 돈은 변환될 수 있는 것. 묵혀두지 말아야 하는 것으로 남아 있어야 한다. (242쪽)

바로 이런 점에서 시란 신비한 것이다. 그 작품이 그것을 쓴 작가보다 더 성숙해 있는, 언제나 성장의 메신저인 것이다. 그러니까 어쩌면 우리는 지금 우리가 있는 곳으로부터 우리가 될 것을 향해서 쓰는 것이다. (27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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