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물관 미술관이 거리마다 넘치는 뉴욕, 세계의 유행이 시작되는 곳, 도시 전체가 현대미술관이라는 뉴욕, 그 곳에서 예술에 관해 전방위로 박학다식한 저자가 보고 느끼고 경험한 꼼꼼하고 촘촘한 연결과 깊이까지 있는 글, 정말 아는 만큼 보인다처럼 얼마나 많이 아는지, 전문가인지 드러난다. 그래서 이해하기에는 한참 먼 어려운 말들이 많다. 낯선 예술가들, 그들의 기법, 그림, 글, 사진, 건물, 영화,까지 또한 공적인 장소를 사적인 장소화한 저자, 그 속에서 온전히 느끼고 생활하는 언어들로 가득하다. 몸과 맘이 반응한 이야기들로 뉴욕을 드러낸다. 그렇다해도 읽는 이는 물흐듯 읽을 수 있다. 모르는 부분을 좀 더 알고 싶어 인터넷을 뒤적이기도 하고 따라가면서 아는 만큼 읽었다. 눈 앞에 산해진미가 있다해도 먹는 이의 상태에 따라 그림의 떡이 될 수 있듯이.. 부럽기도 질투까지 났지만, 저자의 조근조근, 서두르지 말라는 담담한 이야기에 빠져들 수밖에 없었다. 저자 덕분에 뉴욕을 그녀의 도시만이 아니라 나의 도시로 성큼 들어오기까지. 하지만 잠깐 다녀 온 여행자와 그 곳에서 늘상 숨쉬는 생활자와는 완전 다르다. 

덕분에 내가 사랑하는 대상 등등을 되짚어봤지만, 저자만큼 잘 알면서 애정있는 게 뭘까라는 의문만 생겼다.. 지금 사랑하는 게 뭔지를 보면 될까, 하지만 가끔은 마음을 어디에 두고 있는지조차, 길 잃은 맘을 잡아 둘 지극히 사적이고 내밀하고 몰입할 수 있는 뭔가에 닿기 위해, 이때껏 지나온 것에서 부터 가까운 근처까지 차근 살펴본다. 특히, 요즘은 건너뛰는 게 많다. 누군가의 말을 듣는 자리에 있지만 처음 듣는 말이 되기 십상이고 말 중간에 자르고 끼어들고 그래서 관계와 사고의 폭이 점점 좁아들고 나의 정형화된 틀로 갇히는 거 같다. 

나아가 나이가 들어가면 입체적이고 복합적이기 보다 일직선의 아주 단편적인 면에 고착되어 보고 듣게 될 거 같다. 사고의 폭이 더 이상 줄여들지 않도록, 입은 다물고 그냥 듣기, 단정짓지 말기, 그러나 사랑하면 이 모든 게 우선 허용되고 용서될 터이지만... 당최 남의 말은 듣고 싶지도 않고 말 섞기도 싫고 나에게만 매몰되고 있으니.. 

지금이라도 사람과는 달리 서로 쓸데없는 감정들을 소모하지 않아도 되고 교환하지 않아도 되는 몇 십년째 살고 있는 서울을 나도 사적인 도시로 만들어 볼까.. 

친구가 하늘나라에 갔다. 우리의 찬란했던 시절이 담긴 앨범을 뒤적여 보지만, 마음은 붕 뜨고 머리는 텅 빈 상태다. 

알바 몇 시간하고 터덜터덜하고 온다. 수 십년 규칙적인 직장생활은 어떻게 한거지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일이 좋았음에 틀림없다. 관계와 접점은 좋았던 감정이나 아름다움을 재현할 수 있어야 유지하고 몰입할 수 있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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