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내내 어렵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다. 현호정이 인터뷰한 내용에서 '톱니'라는 말을 발견하여 읽은 시간을 허비 하지 않았다고, 굳이 위로를 받는다. 작가들이 쓴 소설의 톱니를 독자가 일부 맞추어 돌릴 수 있다면 된 것이다. 독자가 다시 소설을 써야 할 판이다. ㅠㅠ  


[빛 가운데 걷기]: 누군가 기한 없이 떠나간 자리에 남아 있는 이들이 시간을, 혹은 생활을 이어가는 이야기(37쪽): 이어가는 방식은 각자 다르다. 누군가에게는 딸이 되고, 누구에게는 엄마가 떠나고 그 이후에 그들에게 남은 시간과 생활과 삶은 단편적으로 걷기로 표현되고 있다. 


[버섯 농장]: 자신의 부주의로 벌어진 것이 아닌 어떤 잘못(또는 오해)를 수습해가는 일련의 과정에서 부조리를 마주하는 이야기(82쪽): 익숙하기 보다는 낯선 사람과의 만남에 더 끌려가는 그들, 그래서 가깝지 않는 이들에게 새로운 모습들을 드러내는. 부모에 대한 혐오라는 공통 분모로 공동의 도모자가 되는, 선을 넘어오는 사람들을 혐오하면서도, 오히려 부모의 책임을 다했다고 선을 긋는 '남자'에게 선을 넘어가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선은 누가 긋고 범위는 어디까지 일까. 일례로 부모와 자식의 입장은 서로 다르니.


[연필 샌드위치]: 억압적인 상황으로 말미암아 연필이나 지우개 따위를 먹으면 안 되는 것을 먹었으니, 구토하는, 거식과 폭식의 대조는 현실과 꿈의 층위를 오가며 이루어질 뿐 아니라, 모계의 축을 따라 과거와 현재를 오르내리면서, 거식의 계보가 이어지는 이야기(120쪽): 먹고, 자고, 숨쉬는 기본적인 행위에 의문을 더하는 '나'는 열심히 밥을 먹는 할머니가 싫고, 그 할머니를 닮은 나는 제대로 소화조차 못하는, 먹는다는 행위의 모순성을 보게 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