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을 공부하는 슬픔
신형철 지음 / 한겨레출판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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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참지 않는 사람들이 있고 참아내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이 서로 역할을 바꾸는 경우는 거의 없다. 불공평한 일이다. 참지 않는 사람들은 늘 안 참고, 참는 사람들은 늘 참는다. 참지 않는 사람들은 못 참겠다고 말하면서 안 참는다. 그들에게는 늘 ‘참을 수 없는‘ 이유가 있다. 그러나 참는 사람들은 그냥 참는다. (77쪽)

소설에서 음악이 흐른다는 것은 무엇을 뜻할까. 노래는 거기 그대로 있는데 삶에는 변하지 않는 것이 없다. 사랑은 식고 재능은 사라지고 희망은 흩어진다. 삶의 그런 균열들 사이로 음악이 흐를 때, 변함없는 음악은 변함 많은 인생을 더욱 아프게 한다. (153쪽)

"예술은 현실의 재현"이라는 유서 깊은 논의에서 ‘재현‘이란 현상의 복사가 아니라 본질의 장악이다. 남길 것과 지울 것을 선택하는 지성이 필요한 일이다. 또 독자에게 고통을 전이시켜야 한다. 세상이 고통스럽다고, 고통스럽게 말해야 한다. 그것 없이는 인지의 충격이 발생하지 않기 때문이다. (226쪽)

어떤 시깅의 사회적 발언을 지지하는 것과 어떤 시인이 특정한 내용을 쓰지 않는다고 비난하는 것은 전혀 별개의 일이다. 후자는 어떤 문화적 폭력의 은밀한 시작일 뿐이다. (285쪽)

내 결여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그것과 더불어 살아가는 관계, 결여가 더는 고통이 아닌 생. 그런 생을 살 수 있게 된 사람을 ‘온전한‘ 사람이라고 부를 수 있지 않을까. 그러니까 사랑은 나를 ‘완전하게‘ 만들지는 못해도 ‘온전하게‘ 만들 수는 있는 않을까. (33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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